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이혼율은 상승한다
멀고도 가까운 북쪽 동네를 공부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이혼입니다. 북한 주민도 이혼을 합니다.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제한적입니다. 출간된 도서와 탈북민의 인터뷰를 모았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경제 구조가 바뀌고 가족 해체가 심화하면서 이혼율도 상승합니다. 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 고통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입니다. 1, 2차 산업이 전통적인 가족 구성에 기반을 둔다면 3, 4차산업은 보다 자유로운 덕입니다.
도시화와 함께 대가족 비율이 줄고 핵가족 비율이 늘었습니다. 이들 중 법적으로 합의 이혼 절차를 거치지 않았지만, 부부와 그 혈연 가족이 함께 거주하지 않거나 오래도록 교류하지 않는 형태가 존재합니다. 실상 이혼 가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에는 시장(market)이 있습니다. 북한에선 '장마당'이라고 칭합니다. 대외적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20세기 불어닥친 고난의 행군과 사회주의 경제체제 붕괴로 북한에는 장마당이 들어섰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북한 주민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을 바꿔놓았습니다. 당(노동당)이 정해준 직장에 나가지 않고 물건을 내다 팔거나, 이를 위해 고위간부와 결탁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남성보다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기 쉬운 여성이 장사에 성공해 돈을 벌어 가정 내 경제 주체로 떠오르는 식입니다.
북한 남성 중 절반 이상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거나 장마당에 나가 일을 하는 여성을 보조하고 있다는 기사도 국내 보도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사가 나온다고 북한 남성이 가정에 헌신하고, 옛 시대에 여성에게 부과된 성 역할을 온전히 담당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변화한 생활 모습은 북한 주민의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혼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에서 보여집니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쓴 「평양자본주의 백과전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이혼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을 증명할 수치는 없습니다. 북한 사회는 이혼에 대해 매우 엄격해, 특정한 이혼 사유가 있더라도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당국 역시 이혼을 강력하게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와 북한 내 소식통은 배급제가 중단되고 장마당이 출현하면서 북한의 가족 체계가 붕괴했다고 말합니다. 북한 경제가 무너진 이후 법적으로 이혼하거나 부부가 갈라져 생활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증언합니다.
탈북민 가운데 여성 비율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입국(경)한 탈북자의 수는 약 1000명입니다. 이들의 70~80%가 여성입니다. 2000년대 초반 고위급 남성 탈북자가 많았던 점과 대조적입니다.
북한 여성은 장마당에 나가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주체성을 얻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가정 내 권위도 얻었습니다. 장마당 발달 이후 이혼 사례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북한 내 이혼율이 늘어나는 현상은 국내 입국하는 탈북 여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정착 지원과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이혼은 법적, 사회적 제재가 강하기 때문에 체제의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