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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나 Aug 02. 2024

퇴직.. 그 이후의 시간들

탁구 이야기

직장인과 주부를 겸업하다가 전업주부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지 십사 년이 넘었습니다. 살던 집을 새 놓고 통영 가서 사 년간 살아보기도 했어요.  요가, 라인댄스, 수영, 걷기, 탁구, 우쿨렐레와 하모니카 연주, 합창단 활동, 인문학 강좌 듣기, 독서 동아리 활동 등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요즘 새로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노년의 건강을 지켜보려고요. 


탁구를 시작했던 곳은 9년 전 통영이었습니다. 열정이 아주 많은 선수 출신의 여자 코치를 만났어요. 오십 중반이 넘은 데다 약골인 내가 감당하기 힘들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재미를 느낄 사이도 없이 무릎에 탈이 나고, 물까지 찼어요. 그땐 아쉽게 포기했죠. 그러다 정년 퇴직한 남편과 함께 할 운동을 찾다가 일 년 전부터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하니 좋은 점이 있더라고요. 레슨 받을 때, 서로 동영상을 찍어 보여 줍니다. 상대방의 자세 교정을 위해 조언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탁구에 관련 이야기가 많아지고, 부부간의 대화도 많아졌어요. 또 레슨을 받고 나서, 상대적으로 실력이 월등한 남편의 도움을 받아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시간 내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하다 보니, 우리 부부의 다이어트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탁구를 배우면서 코치에게 자세가 좋고, 진도도 빠르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친구에게 하자 "너 대학 때도 탁구 잘 쳤잖아!"라고 하네요. 그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교양 체육 시간에 처음으로 탁구를 정식으로 배웠어요. 그때 동작을 잘 따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탁구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나 봐요. 작년에 정년퇴직한 친구도 건강과 재미를 위해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다네요.


사실 탁구 초보자가 체육관에 혼자 가면 운동 파트너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초보인 나는 남편과 파트너가 되어 어색함 없이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옆에 있는 탁구 고수들에게 운동 팁을 전수받기도 해요. 다리폭을 젊은 사람보다 넓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무릎에 무리가 적고, 좌우를 커버하기에 좋다네요.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점점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아지고, 언젠가 초보 수준을 벗어나는 날도 있겠죠.

 

실내 운동인 탁구는 날씨에 상관없이 운동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위험 부담이 적은 운동이라 그런지, 탁구장에 가면 칠십 대 이상 노인들의 경기가 매일 벌어집니다. 2.7g의 가벼운 탁구공은 회전율이 높고, 속도가 빠릅니다. 순간적인 판단과 빠른 대응을 하다 보면, 치매예방에도 좋고 뇌도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팔, 다리, 몸통, 허리 등 전신근육을 사용하니 탁월한 운동효과는 물론이고요. 


탁구장에서는 팔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젊은 사람들과 경기를 벌입니다. 체력은 약해도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이기더라고요.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 운동이 쉽고 단순한 줄 알았어요. 실제로 공을 다루는 기술이 아주 다양하고 복잡해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칠십, 팔십 세가 되더라도 탁구는 계속 치고 싶어요. 무릎 관절을 아껴가며, 멋진 자세로 오래오래 운동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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