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들이 있는 곳을 보면 '명함 제작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명함 한통에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종이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보통 20,000원에서 25,000원 한다. 원가는 얼마일까? 네이버 창에 명함인쇄를 검색하면 성원애드피아 또는 프린트시티라는 곳이 나온다. 각종 인쇄물을 제작하는 곳인데 명함 한 통(200매) 가격이 배송료 포함 약 7,500원 정도 한다. 이런 인쇄소는 여러 사람들의 파일을 모아서 합판으로 인쇄를 하기 때문에 독판을 주로 하는 인쇄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왜 7,500원 하는 명함을 2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청구를 할까?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명함은 서비스 개념이다. 아 물론 비용이 서비스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명함 작업을 주로 하지 않는 회사인데요청이 들어오면해준다는 것이다. 안 해도 되는 업무를 광고주 편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비용은 당연히 청구한다.
청구된 금액을 보며 네이버에 검색해 보고 왜 이렇게 비싸요?라는 말을 하는 광고주들이 있다. 왜 약 두 배에 달하는 비용을 청구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쇄를 하기 위한 과정과 인력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가격은 낮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사람의 많은 클릭질 끝에 인쇄물을 받아 볼 수 있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수를 돈으로 환산해서 청구하게 되는 것이다.
인쇄를 하기 위해선 CMYK 컬러를 사용한 인쇄 파일이 필요한데 보통 전문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즉, 인쇄소 프로세스에 맞게 파일을 가공해서 업로드해야 한다. 얼핏 보면 쉬운 공정이지만 이쪽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디자인 전공자도 이 부분은 실무이기 때문에 취업해서 배워야 하는 공정이기도 하다. 간단하지만 전문분야인 것.
인쇄할 수 있는 파일을 만들 수 있고, 간단하게 인쇄를 진행할 수 있다면?
요즘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 이외에 나만의 명함, 스티커 등 여려가지 자료들을 만들어서 영업에 사용한다. 미리캔버스, 캔바, 망고보드 등 다양한 디자인 플랫폼들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중에 미리캔버스는 인쇄까지 쉽게 제작할 수 있어 프로세스대로만 하면 된다. 컴퓨터만 할 줄 알면 초등학생들도 쉽게 작업한다. 사용법은 유튜브 또는 블로그에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시간과 열정만 있으면 나만을 위한 가성비 좋은 인쇄물들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주들도 자사에 디자이너를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디자인 물을 직접 만들어 쓰기 위해서다.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이 비용 절감이다. 디자인 전문업체에서는 여러 가지 공수가 들어간다. 그런 부분까지 반영되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한다면? 비용 절감은 당연한거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옆에 있기 때문에 수정도 바로 할 수 있다. 즉, 작업시간과 실행력이 빨라진다. 결과물도 나쁘지 않다. 가끔 광고주 측에서 작업한 것을 볼 때가 있다. 콘셉트와 배치 그리고 색감과 서체 등 아쉬운 점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 들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으니 괜찮은 디자인이 맞다.
누구나 쉽게 디자인하는 세상이라지만 그 나름대로 영역은 존재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아이디어를 표현하는데 막힘이 없다. 다양한 디자인 플랫폼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오히려 기성 디자이너들보다 창의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디자인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일까. 요즘 AI로 그림도 그리는 시대인데 정말로 전문가가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위기를 느낀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영역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 이때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디자인 팁 정도를 알면 창의력에 날개가 달리는 격이다.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서체의 감정과 성격을 알고 있다면, 누군가를 강하게 설득해야 할 때 그에 맞는 서체를 쓸 수 있다. 컬러 대비 등을 알고 있다면, 색으로만 강조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작은 디자인 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 혼자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할 때, 단 한마디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이런 차이가 단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20년 전 포스터 단가는 디자인 비용만 2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50만 원이라고 적는다. 담당자는 깜짝 놀란다. 너무 싸서가 아니다. 비싸단다. 우리 회사가 업계에서 디자인 비용이 비싸다고 한다. 디자인 시안 3~5가지 주면서 수정은 수차레 하는데 어떤 부분이 비싼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의뢰를 한다. 디자인 퀄리티는 좋기 때문이다. 타 회사에서 작업하다가 우리 쪽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럼 왜 비싸요? 하지 말자!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다.
요즘 플랫폼들이 너무 좋아져서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다지만,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그에 맞는 비용을지불하는 게 맞다. 작업하는 시간도 아끼고 퀄리티도 높다면 당연한 비용이다.
디자이너들 급여는 높아지고, 디자인과 인쇄 단가는 낮아지는데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운영이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