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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이 Sep 26. 2021

여행의 의미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

이민 후에도 종종 한국에 오기는 하겠으나 명절에 맞추어 올 가능성은 극히 낮으니 추석에는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을 붙혀도 무방하겠다.

마지막이니만큼 몇 안 되는 친척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느라 여지껏 보낸 추석 중 가장 바빴다. 코로나로 인해 이전의 추석들처럼 부대끼며 즐길 수는 없었으나 어찌 되었건 얼굴은 봐야 하니 여기저기 다니며 바쁜 날을 보냈다.


매년 추석, 우리 가족은 이모네 가족과 여행을 간다. 매년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몇 해가 되지 않았다. 그 몇 년간 여기저기를 참 많이 다녔다.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감상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나, 딱 한 가지, 이 여행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우리의 여행 스타일이 너무나 극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 여행은 '쉼' 이다. 우리는 저 고양이처럼 따사로운 햇볕 아래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바라보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이질적이고 아름다운지. 우리는 그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며 즐거움과 가치를 찾는다.


반면, 이모에게 여행은 '새로운 것의 자극' 이다. 이모는 끊임없이 볼 것을 찾아 걷는다.유명한 곳은 가 보아야 하며 알려진 음식은 먹어야 한다. 그렇게 시각, 미각, 후각, 종일 걷다보면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각까지 온갖 감각을 느끼고 나서야 '여행했다' 는 만족감을 가지신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가치에 누가 감히 정당성과 당위성을 따질까. 오히려 다른 두 가족이 함께 함으로써 우리는 그냥 지나쳤을 곳을 한번 들러보게 되고 이모네 가족들은 일정의 중간에 잠시 숨을 돌려 보는 것이다.


아침잠이 많은 우리 식구끼리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출. 이른 새벽에 날 깨워준 사촌언니덕분에 난생 첫 일출을 보았다.



올 겨울, 해외에서 있을 내 결혼식의 일정에 이모네 식구와 함께 하게 된다. 스케쥴을 짜면서 고민이 많아진다. 전혀 다른 두 팀을 적당히 만족시킬 방법을 찾자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더구나 북유럽은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나 격하게 즐길 활동이 없지 않은가.

어느 한 쪽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는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행을 즐기게 되겠지. 각자의 방식대로, 서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경험을 얻으면서.


그래서 여행의 또 다른 의미는 '배움' 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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