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너의 이름은
어릴 적부터 TV에서 하는 애니메이션(둘리, 2020 원더 키디, 나디아 등)을 너무 좋아했고 현재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수많은 OTT를 통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소확행을 즐기고 있다. 가르치던 학생들과 함께 추억을 쌓았던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같은 동양권인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면서 만화책으로 많은 세대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 많다. 자연스럽게 일본의 의식주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적인 갈등으로 인해 신사 참배나 이해할 수 없는 기과한 의상(?)과 과한 선정적인 장면으로 전 연령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현실 세상을 반영한 애니메이션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보통은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이 말 그대로 동화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을 제외하면 더욱더 그렇다. 그에 반해 ‘너의 이름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몇 안 되는 수작이다. 물론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한 구성력은 이 애니메이션의 주가 된다.
‘너의 이름은’은 대 놓고 일본 전통문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미츠하는 집안의 장녀로서 일본이 전통적인 제사 의식을 하게 된다. 의식을 하는 장면이 생각보다 꽤 길다. 특히 쌀을 씹어 담기는 술 ‘구치 카미 사케’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주인공 미츠하는 외딴 시골 같은 자신의 고향을 떠나고자 고민하는 장면에서 신사의 모습도 보이고 일본 전통 축제의 장면도 자연스럽게 사건의 연결 배경이 된다. 어쩌면 이야기의 구성력에 이런 전통문화를 아주 절묘하게 녹여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리고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정점인 도쿄의 현실적인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연결고리가 나오고 사라지는 모습은 이 애니메이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장치로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너의 이름은’은 반대의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연결이 아주 흥미롭다. 주인공 미츠하(여)와 타키(남)는 서로 성별이 다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이야기 초반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배경이 되는 미츠하의 이토모리(시골) 마을과 타키의 도쿄 시내(도시)의 모습에서 서로 몰랐던 공간에 대해 알아 가면서 서로가 한층 더 연결되는 모습이 보인다. 또한 우리에게 필수품 곧 현대인들의 상징인 휴대폰은 두 사람의 시 공간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상징 무스비(붉은 끈)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휴대폰과 대비되는 전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의 흐름에서 이런 대비되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큰 흥미를 선사한다.
기-승-전-결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야기의 근간이자 스토리에 보편성을 부여한다.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기-승-전까지는 너무나 흥미 있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론에서 너무나 허망하게 또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져버리고 끝나버리는 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일본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의 이름은’은 결말까지 반전을 주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깊은 감동을 주는 어쩌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같은 따뜻한 결말을 볼 수 있다.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인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 후 주인공들의 슬픔과 애틋함을 끝까지 무시하지 않고 이야기 결말로 녹여주는 부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되는 건 아닐까...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연예의 설렘과 애틋함을 이처럼 잘 표현한 애니메이션은 드물 것이다. ‘너의 이름은’은 주인공 남녀의 감정선을 잘 살리면서 마지막 장면까지도 보는 사람에게 긴장감과 설렘을 준다. 운석의 충돌을 가까스로 막은 미츠하와 타키 서로의 안부를 더 이상 알 수 없다. 그리고 서로의 시간은 흐른다.
이 애니메이션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끝날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아쉽게 스치기만 하는 장면에서 마음을 조리며 이렇게 여운을 주고 끝나는 것인가라고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 장면에서도 서로 스쳐 지나가면서 이게 끝인가 하는 순간 미츠하가 용기를 내어 타키를 부른다. 그 짧은 순간의 감동은 이 애니메이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학창 시절 설레었던 그 순수하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를 감정이 이 장면에서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애틋한 사랑이야기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자꾸만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또 한 번 다른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너무나 추천하는 영화이다. 이 가을에 애틋한 사랑을 닮은 이야기가 고픈 이들에게 애니메이션 ‘ 너의 이름은’과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