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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자만의방 Feb 21. 2024

아무 것도 잘하지도 극복하지도 않고 싶다.

무언가를 잘해야하나.

무엇을 꼭 극복해야하나.

아무 것도 잘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은데.

이 시간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책보고 글쓰는 시간만 행복했다는 어느 작가의 글귀에서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다정하고 따듯하고 편안하고 느린 시간.

창 밖 빗소리가 들릴 듯 말듯 귀를 간지럽힌다.

온 세상도 내 마음도 고요하다.

깊은 평안이 스며든다.

....

이내 소란스럽게 떠들고 싶어진다.

내가 떠드는 소리를 다들 싫어한다.

프랑스에서는 기본 수다가 4시간이라던데

불어를 공부하느니

그냥 혼잣말을 할랜다.

사실 호흡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들숨에 에너지가 몸안에 가라앉아

터질 것 같은 건 아닐까.

좀 뛰면 말을 덜 해도 되지 않을까?

역할극이 지겹긴 하다.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갖가지 검열들이

지겹고 지겹고 지겹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내 강아지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똥사고 먹고 자는 자기를 깨웠다고 내 코를 무는데

교합이 맞지 않아 상처하나 못내고 물고 나서 지도 놀랐는지

사슴같은 눈망울로 도망도 못가고

망연자실 자기 온 존재를 내게 맡기는 모습에

나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인간이 이 강아지처럼 천진난만할 수 있다면

신이 인간을 책임질 것만 같다.

이 강아지에게는 내가 신일 텐데

신의 마음이 그러했다.

그저 존재자체로 한없이 약하기에 자신을 지킬 지혜도 지식도 없기에

사랑스러웠다.

짖어도 웃기고 오라는데 안와도 웃기고

여기저기 똥 싸놓는 것도 웃기고

꼬순내는 정말 중독적이다.

꼬순내를 맡으면 온 세상 시름이 잊혀지고 어찌나 행복해지는.

이내 저 강아지들이 가면 어쩔까 싶다.

행복하면 이내 걱정하고

스스로의 행복을 갉아먹는 내가 원망스럽다.

안 그럴 수는 없는거니.

아니 자책하지 말자.

걱정하지 말라는 자책이 그 걱정보다 더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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