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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 멜 Dec 01. 2022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때가 있다.

영화 <벌새>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때가 있다. 내 편이 없다고 느껴질 때, 앞에 있는 일과 상황이 너무도 커 보일 때, 내 세상이 무너진 날. 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잘 살아내던 중에도 한 번씩 그때가 오면 꽤나 힘들고 우울했다. 누군가는 그런 나에게 내가 우울함을 즐기는 것이라 말했고, 상대를 생각해 주라며 매정했고, 그리 말하는 입꼬리는 몹시도 차가웠다.

그래서 손가락을 봤다.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였다. 꿈틀대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었다. 

날 감싸고 있는 세상이 유난히 커 보일 때, 그래서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날. 은희가 들었던 선생님의 담담한 조언처럼, 나도 손가락을 움직여 보기로 했다.



"은희야,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 영화 '벌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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