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리 Apr 07. 2023

9년차가 막내인 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막내가 저에요.

다른 회사도 그런가요? 회사 내에서 20대를 보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장차 소비의 주축이 되어갈 20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20대에게 닿기 위한 광고, 판촉물, 행사를 만드는 것은 3040이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입사한 지 9년차가 막내인 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막내가 저입니다. 물론 보다 젊은 감각이 필요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하는 곳은 아닙니다. 매출이나 비용을 보는 다소 딱딱한 팀에 있긴 하지요. 아무리 그래도! 9년차인데 막내는 좀 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잠시나마 신입사원을 만났던 3년차 빼고는 항상 팀에서 막내였습니다.



9년차에 막내이다 보니, 루틴한 잡무나 짜잘이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난이도가 어려운 일은 아니라 큰 불만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중요도가 비교적 높은 업무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옆팀, 옆옆팀, 저기 멀리 있는 팀까지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우리팀만 9년차가 막내인가.' 해서요. 안타깝게도 다른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가뭄에 콩나듯 신입사원이 들어오긴 합니다만, 워낙 가끔 들어오기 때문에 신입 친구들은 어느 팀에 있는지 도무지 찾기 어렵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팀이 30대 초반이면 나이로도, 연차로도 막내입니다. 저와 비슷한 8년차~9년차가 대부분의 팀에 막내로 포지션하고 있다는 거겠지요. (모든 팀의 막내에 위로를. 토닥토닥)



회사에서는 MZ를 타겟하는(특히 그 중에서도 20대인 Gen Z)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 합니다. 그런데 그걸 30대와 40대가 하고 있으니, 쉬울리가요. 잘 먹힐리가요.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 업무를 20대가 주축이 되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무래도 근본 원인은 저성장 같습니다. 고객과 매출이 팍팍 늘어가던 소위 말하는 사업 확장기를 지나, 이제 성장이 정체된 시기가 온 것이지요. 성장이 정체되니 신입들을 뽑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9년 차 막내인 저도 안타깝고, 신입을 뽑기 어려운 상황인 회사도 안타깝고, 신입으로 취업이 어려운 20대도 안타깝습니다. 



다른 업계에서 종사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회사마다 분위기와 연령대가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기반의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구성원들이 확실히 젊더라구요. 온라인이나 디지털 기반 업들은 최근 성장세가 가팔랐고, 사업 특성 상 트랜드에 민감해야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이 팀에서 팀장 바로 밑에서 프로젝트 리더 업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우리 부서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20년차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소위 말해 짬바가 좀 많이 차야 가능한거죠.



아직 멀었지만 내년에는 '막내탈출'을 기원해 보렵니다. 미래의 우리팀 신입사원님, 올해는 글렀지만... 우리 내년에는 꼭 만나요.

작가의 이전글 애들 몰래 먹는 최애 아이스크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