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리 May 10. 2023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지 않는 엄마

아이들의 식사가 끝난 후, 남편이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으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즉각 말립니다.

"여보, 애들이 남긴 거 먹지 마."

"왜? 어차피 같은 음식인데."

"그래도. 우리 스스로를 푸대접하지 말자."



가족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 엄마의 모습은 우리에게 참 익숙합니다. 각종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남긴 음식은 엄마 차지라는 것이 서글프기도, 짠하기도 합니다. 엄마도 귀하게 큰 자식인걸요. 엄마도 맛있는 음식을 잘 차려놓고 먹고 싶은 걸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가 세운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지 않는다.'입니다. 저는 수년간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버리기가 아까워도, 그냥 버립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저의 음식을, 예쁜 접시에 담아 먹습니다. 이것은 제가 저를 존중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식탁에 엉거주춤 선 채로요. 그래서 남편에게도 이야기하곤 합니다.

"여보, 여보 몸에 버리지 말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 다시 차리면 되지."

그리곤 덧붙입니다.

"남들이 우리를 대접까지는 못해줘도, 스스로라도 대접하듯이 살자."



남들이 저를 푸대접할 수는 있습니다. 남의 마음을, 남의 행동을 제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제 마음은, 제 행동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로 살아가려 합니다. 스스로를 대접하듯이 살아가려 합니다. 그런 생각이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남긴 음식이 아까워도 내 몸에 그것을 버리지 않는 것.

한 끼를 먹어도 나에게 대접하듯이 차려 먹는 것.

아이들의 빗발치는 요구사항에 '엄마 밥 먹고 있으니, 조금 이따가 해줄게.'라고 말하는 것.



유별나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이게 엄마이며, 동시에 저인 제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달이 바뀌고, 달력을 넘기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