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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Jan 21. 2024

조의금 봉투에 쓰인 오랜 벗의 감사문자

아날로그가 주는 진정성과 뭉클함에 대하여



지난주 오랜 벗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난 벗이다. 같은 회사를 다닐 땐 자취도 하고, 시간이 흘러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자주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자주 하던 벗이었다.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거나 전화도 자주 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지난해엔 송년회도 못한 터라 벗의 전화를 반가운 마음을 더해 받았다. 하지만 약간 뜸을 들이며 '잘 지내지?'라는 벗의 힘없는 한 마디에 웬지모를 슬픈 소식을 예감했다. 


"왜 무슨 일 있어?"

"다른 게 아니고... 오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어! 그래. 어쩌다가... 건강하셨잖아."

"그러게, 갑자기.... 내가 지금 경황이 없어서 그런데, 네가 우선 다른 친구들에게 소식 좀 전해줄래?" 

"그래, 알았어. 장례식장 정해지면 알려줘."

"그래, 고마워."


오늘 오래 알고 지내던 벗의 부친이 돌아가셨다. 경황이 없으니 다른 친구들에게 부고 소식을 좀 전해 달라는 전화였다. 벗에게 짧은 위로를 건네고 친구들에게 부고 전화와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벗이 친구들이 있는 톡방에 장례식장과 발인이 적힌 문자를 올렸다. 소식을 접한 두 친구는 내일은 사정이 안되어 오늘 조문을 다녀올 거라고 했다. 나는 내일 다른 친구 둘과 시간을 맞춰서 조문을 다녀오기로 했다. 


장례식장이 집에서 좀 멀다. 회사에는 반차를 내고 다른 벗과 함께 조문을 가서 진심을 담아 벗의 슬픔을 위로했다. 


"어떻게 된 거야? 건강하셨잖아?"


고인의 연세가 여든이 넘었지만 평소 운전도 잘하시고 강건하셨다던데, 두 달 전쯤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있었고 그로 인해 치매를 앓으시더니 어제 요양원에서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왔단다. 


"요양원 의사 선생님이 전화로 심폐소생술을 더해도 의미가 없다고....내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때 참 마음이 찢어지는것 같았어."

"에휴, 정말 힘들었겠다. 힘든 선택이었을거야." 


전화로 덤덤하게 아버지 부고를 전하던 벗은 어제의 목소리와 달리 상심이 크고 얼굴이 꽤나 수척하다. 며칠이 지나서 벗이 감사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벗의 감사 문자가 조금 아니 매우 생경했다. 조문을 가서 조심스럽게 내밀었던 조의금 봉투에 벗이 정성스런 글씨체로 감사의 글을 써서 회신(카톡)을 보냈다. 경조사의 감사문자에 경중을 두는 건 아니지만, 조의금 봉투에 정성껏 감사 문자를 써서 보낸 오랜 벗의 감사 문자에 한동안 마음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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