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십 대를 담아준, 삼성 케녹스 카메라 Z70S
삼성 케녹스 Z70S다. 나의 첫 필름 카메라다. 스물두세 살쯤 구입을 했다. 이 카메라를 이십만 원이 조금 넘게 주고 구입했다. 당시 내 월급이 50~60만 원이었는데 그 기준으로 보면 꽤 큰 금액이었다. 이 카메라를 사려고 석 달쯤 돈을 모았다. 서른 살 전까진 여행 다닐 때 늘 이 은빛 바디의 삼성 카메라와 함께였다.
풋풋했던 나의 이십 대를 담아주었던 필름 카메라. 촬영이 완료된 35미리 필름을 동네 사진관에 현상을 맡기고 하루나 이틀뒤 현상된 사진을 찾을 때의 설렘이 떠오른다. 초점이 날아간 사진도 늘 대여섯 장 섞여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마저도 소중하다.
언제부턴가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되고 이어서 휴대폰 카메라에 밀려 이 녀석도 내 손에서 점점 멀어졌다. 방구석에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인테리어 용으로 방치해 두다시피 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낡은 아날로그 카메라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녀석이 잠자고 있던 자기를 좀 다시 깨워달라고 간절히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계속 눈길만 주다가 어제 카메라 몸체에 켜켜이 쌓여있던 먼지를 슥슥 털어냈다. 이 녀석이 살아있을까? 다시 깨어날까? 싶었다. 전원 버튼을 눌러도 안 켜진다. 버튼을 쑥 눌러도 반응이 없다. 배터리가 없는 거겠지. 오늘 쿠팡에서 주문한 배터리를 새 걸로 교체했더니...
"쉬리릭..... 저 아직 살아있어요."
녀석은 그동안 자신을 다시 살려주기를 기다렸다는 듯, 휘리릭... 기억 속에 남아있던 특유의 모터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켜더니 은빛 바디를 뚫고 불쑥 줌렌즈가 앞으로 튀어나온다.
사실 별것도 아닌데 조금 설렌다.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랄까? 사물에도 정이 든다더니 정말 그런 느낌이다. 작년에 안 쓰는 물건 정리하면서 이 녀석을 당근이나 중고마켓에 팔까 싶었는데 그러지 않기를 잘했다.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가끔 데리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