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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철 Jul 17. 2024

네트워크 마케팅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

'회원가입'만 하라고? 모든 것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최근에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 권유를 받았다.


네트워크 마케팅, 즉 다단계 사업은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다. 오래전 가족들이 다단계 사업을 했다가 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 특히 동생의 경우엔 친구의 소개로 다단계 사업을 했다가 정신적으로도 매우 불안해했다. 가족 중 다른 한 명은 선배의 소개로 다단계를 하다가 천만 원을 손해 본 적이 있었다. 손해 본 금액 중 일부를 되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당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소설로 써서 한 문예지에 발표한 적이 있었다.


나도 사회생활 초기에 친구나 지인들이 다단계 사업을 권유해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학창 시절 별로 친하지 않았던 동창이 연락을 했다. 그는 반가운 목소리로 밥이나 먹자며 서울에 있는 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밥을 먹으면서 나에게 지금 일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자기는 무슨무슨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데 수입이 많다는 둥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밥을 먹고 나서 그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회사를 보여주고 싶다며 데리고 갔는데 다단계 회사였다. 




넓은 공간에 테이블 수십 개가 있었다. 친구보다 상위직급인 여자가 나오더니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며 다단계 사업에 참여할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나는 싫다고 했다. 친구가 가자마자 내 가방을 뺏다시피 해서 가져간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가방을 달라고 해도 친구는 조금만 더 설명을 들어보라며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가방을 버리고 그곳을 나왔다. 그 친구는 따라 나오더니 마지막으로 커피숍에서 차나 한잔하자며, 한 번만 더 설명을 들어보고 그때도 아니다 싶으면 가방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날 꼬박 하루를 시달린 끝에 겨우 벗어났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다단계 사업에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에서 다단계를 접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인연이 오래된 지인과 주 1회 만나서 드럼 연습을 하는 공간이 있다. 처음엔 그 공간도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은 언제부턴가 네트워크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리고 지인도 네트워크 마케팅을 시작했다. 네트워크 사업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한 사업이다. 나는 기질상 남에게 무언가를 권유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잘 못한다.


조금 찜찜했지만 주 1회이고 지인이 나에게 강요만 하지 않으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지인에게도 나한테 다단계 회원 가입 권유만 하지 않는다면 본인이 사업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그 지인은 회원가입만 해서 물건만 사라고 했다. 회원가입.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싫다고 했다. 오늘도 지인을 통해서 두 번째 만난 사람(스폰서)에게 네트워크 마케팅 회원 가입 권유를 들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심 없습니다."


나는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그에게 관심이 없다고 정중히 거절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정중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고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회원가입과 세미나 참석을 권유했다.


"아니, 안 하고 싶어요."


나는 거듭 싫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작심한 듯 집요했다. 내 지인들을 위해서 회원가입을 해줄 수 없냐고 했다. 몇 차례나 회원가입을 거절을 표하는 나에게 "당신은 이 네트워크 사업을 잘 모르니 안 좋게 보는 거라고, 여기는 다른 네트워크와는 다르다."며 나를 타박하는 표현을 했다. 나는 그의 말이 점점 듣기 불편해졌다. 솔직히 그의 무례한 말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옆에 지인도 있고 좋았던 분위기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 참았다. 




집에 돌아오는데 그가 내게 했던 무례한 말들이 삭여 지지 않고 계속 머리에서 맴돌았다. 불편했던 감정은 이내 불쾌함으로 변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그런 무례한 말을 들어야 하지? 그로 인해 오래전 가족들이 다단계로 겪었던 어려움이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 지인은 네트워크 사업 회의를 하는지 받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했었어?"

"어~ 아니, 다... 다음에 말할게요."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가? 전화기를 들고서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그곳에 발길을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런 불편한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한 번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왜? 무슨 일인데."

"아니... 아까 그분이 내게 한 말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아~ 그랬어." 


지인도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고 했다. 


"그분이 나를 몇 번이나 봤다고, 싫다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솔직히 좀 아닌 거 같아요."

"그래 알았어."


나에게 무례한 말을 했던 그분에 대한 더 심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인은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지인이 그분에게 내 불쾌한 감정을 전했는지는 모르겠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닐 것이다. 집에 와서 지인이 말한 네트워크 회사를 검색해 보았다. 설립된 지도 꽤 오래되었고 매출액도 꽤 높다. 좋은 일도 많이 한다. 해당 회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부정적인 글과 피해사례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엔 내 판단이 중요하다. 나는 하고 싶지 않다. 


네트워크 마케팅을 좋지 않게 보는 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와 가족들이 겪은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네트워크 마케팅이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나를 볼 때 한 명의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돈으로 보는 시선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결국엔 좋았던 관계가 틀어지고 어긋난다.


그들은 항상 자신들이 하는 사업은 기존 네트워크 사업과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가를 어필하려고 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마케팅의 본질은 과거에 나와 가족들이 경험했던 다단계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좋다고 하는 제품의 품질도,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말하기 보다는 단지 자신의 경험으로만 주장을 한다. 그곳에 두었던 드럼을 중고로 팔던가, 아니면 다른 연습실 공간을 구하던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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