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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May 25. 2022

[매일 밤, 미술산책] 조르지오 모란디

아름다운 회색 빛이 가득한 세상



우리에게 Call Me by Your Name(2017)으로 가장 유명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초기작 I Am Love(2009)는 상당한 예술적인 색감과 구도 및 다양한 장면의 배치가 인상깊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일부분을 캡쳐한 것인데, 우아한 틸다 스윈튼이 들고 있는 이 그림을 어디에선가 보신적 있으신가요?




이 작품은 바로 조르지오 모란디의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수많은 작가들의 바이오그라피를 설명하기 보다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관적인 저의 감상과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서 [매일 밤, 미술산책]이라는 코너를 열게 되었습니다. 편하게 저의 브런치에 오셔서 저와 함께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신다면 왠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먹고 작가에 대한 고민을 하자 마자, 가장 먼저 조르지오 모란디가 떠올랐습니다.


Giorgio Morandi, Natura morta (Still Life) (1959).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SIAE


작품을 한번 천천히 봐주세요. 모란디의 수많은 정물은 위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거의 비슷한 주제를 갖고 변주를 하는 변주곡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해야하나요. 그는 거의 일정한 수평적 병렬 구도, 정물화임에도 매우 평면적인 느낌, 사물의 형태가 일정한 높이를 갖고 있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 그리고 매우 탁한 느낌이 주는 매트한 질감을 반복적으로 우리들에게 전달합니다.


단순한 정물화 같아 보이지만 한번 보고, 또 한번 다시 보게 되면 아주 오묘한 안정감과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왜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그림은 매우 세련되고 아름답습니다.


모란디가 존경한 작가, 폴 세잔도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는 폴 세잔을 떠올리면 사과를 떠올립니다.


Paul Cezanne, curtain jug and fruit,59 x 72.4 cm, 1894, Private Collection.


아주 평범한 정물화들인데 왜이런 느낌을 주는걸까요?

우리가 아는 그 흔한 꽃과 나비를 그린 정물화들과 왜 이런 차이점이 느껴지는 걸까요?



우리의 시각은 설명할 수 없는 수천, 수백가지의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해석하고 뇌에 정보를 전달합니다. 아마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의 겹겹이 쌓인 안목이 폴 세잔과, 모란디의 그림을 보고 뇌에 강렬한 신호를 보냈을거예요.


"아! 이 그림은 무언가 다르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폴 세잔과, 조르지오 모란디는 일 평생 정물을 위해 살았습니다. 연구하고 또 그림을 그리고 다시 또 연구를 했습니다. 같은 한 주제를 갖고요. 미술사학적으로 아주 멋진 해석들도 많이 있죠.



"모란디는 자신이 존경했던 세잔이 '보는 것'에 끊임없이 회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시적 세계에 내재하는 무수한 이질성을 탐구하여 이를 작품 속에서 특유의 질서로 재구성했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피력했던 모란디는 구상의 형태를 극도로 단순화하여 추상성을 추출해 냈고, 이탈리아의 모란디전문가 크리스티나 반데라는 현실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결코 리얼리티의 모방이 아닌 모란디의 작품을 중국 송나라의 수묵화와 연결시킨바가 있으며 모란디회화에서 느껴지는 군두더기 없는 단순함, 절제와 고요의 미학, 비어있는 충만함,항상..같은 감정상의 긴장감은 정신세계를 추구한 동양과 물질세계를 추구한 서양의 간극을 지우고 동서양의 만남을 동일한 지평에서 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느 책 한 구절에 적혀 있는 모란디의 해석입니다.


그냥 모란디라는 작가는 평생동안 볼로냐라는 한 장소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정확한 표현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물의 본질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는 매일 같이 한 주제를 갖고 고민했죠. 수 백개의 병에 유색 페인트를 채우고 회색 먼지가 쌓일때까지 묵혀두면 그 대상은 존재를 차지하는 어떤 한 형태로 남게 되고 모란디는 이것을 가장 아름다운 배열을 통해 캔버스에 그려냈습니다.


그는 이 과정을 평생동안 반복했습니다.


우리의 눈이 그림에서 일종의 세련됨을 읽어내는 것은 아주 무서운 순간적인 포착이죠. 모란디가 세계 2차대전 이후 Futurism이 팽배하던 시절에 살았는지 어땠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눈은 아주 매섭게 그의 그림을 캐치합니다.


우리의 시각은,

모란디의 수많은 실패와 연구를 통해 얻어낸 아름다운 형태와 균형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네요.


오늘 밤에는 조르지오 모란디의 정물을 찾아보시면서 내가 가진 시각의 무서운 힘을 한번 느껴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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