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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 Jun 06. 2022

[매일 밤, 미술 산책] yBas 들여다보기

Young British Artists? 모두가 같지는 않답니다.

영국의 미술사를 한번 쭉 훑어내려가다 보면 모두가 한번쯤 들어본 단어 한개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yBas(Young British Artists)" 바로, 젊은 영국 작가 모임 입니다.


유럽이란 장소는 오랜 시간동안 서양미술의 큰 명맥이 유지되어온 아주 운치있는 곳입니다. 우리들이 불쑥 유럽으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전통에 대한 향수가 이 장소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죠. 서양 문화가 동양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지 않지만, 일본이 메이지 유신 때 적극적으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수용한 그 시대 정신만 봐도 분명 서양 문화는 동양의 그것보다 조금 더 진보적이고 세련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계 제 2차 대전 이후 미술계의 큰 축이 이동을 하게 됩니다. 바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거대한 중심 축이 이동을 하게 되는데요. 모두가 지쳐버린 전쟁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미국으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인들이 앞다투어 뮤지엄을 만들고 컬렉터가 되어 문화 부흥에 앞장섰습니다. 물론 알프레드 바(초기 MOMA 관장) 및 클레멘트 그린버그(미술사학자)와 같은 천재들이 만든 명분들도 미국 미술에 아주 짧은 시간에 큰 힘을 실어주었죠.


이런 미국미술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잠시 사람들의 이목을 유럽으로 당겨온 그룹이 바로 yBas입니다 런던 동쪽 뉴크로스 지역에 위치한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의 졸업을 앞둔 신입 작가들이 파격적인 작품과 스토리를 들고 'Freeze"란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당대 아주 유명한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사치 갤러리에서 young british artist라는 전시를 가지면서 yBa 열풍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미술대학 졸업생들의 전시가 한해에도 수천개씩 쏟아져 나오는데, 왜 이들의 작품은 나오자 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을까요? 그들의 작품은 창의적인 수준을 넘어 센세이셔널한 강한 자극과 메세지를 청중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가장 주도적으로 그룹을 이끌었던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한, 트레이시 에민, 제니 사빌, 길버트 앤 조지, 마크 퀸 등이 대표를 이루고 있는데요.


데미안 허스트는 포름 알데히드 통 속에 상어를 집어넣었고,

DAMIEN HIRST Death Denied, 2008

트레이시 에민은 콘돔과 자신의 사생활 용품이 어지러진 자신의 방을 노골적으로 전시했으며,

Tracy Emin's 1998 piece My Bed on display at Christie's in London on June 27, 2014



제니 사빌은 육중하다 못해 비계로 점철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오묘하게 우리의 모습을 끌어냈습니다.

Jenny Saville, Fulcrum, 1998–99, 2.6×4.8 m.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Gallery, London








하지만 저는 오늘 이 yBas라는 그룹의 이미자와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다른 두 작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게리 흄(Gary Hume)과 줄리안 오피(Julian Opie)입니다.


Gary Hume, Bad Tooth, 2011



Julian Opie poses for a photo in front of his 2017 work "Walking in Hackney" on Sept. 27, 2017.



맨 처음 이 두 작가의 그림인지 모르고 작품을 그냥 접했을 때, 저는 미국 화가의 작품인줄 알았습니다. 왠지 모를 팝아트적인 요소와 무겁지 않은 작품의 고유한 느낌이 미국을 연상시켜서 그랬을까요?


나중에 작품을 검색하고 작가를 알게되고 그리고 그들이 yBas 출신이라는 걸 알았을 땐 이상하리만치 낯설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들이 yBas 출신이라고..?"


제 머릿속에 진보적인 yBas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일종의 편견이었던걸까요? 이 두 작가가 제게 기존 yBas작가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이 시대의 분위기와 함께 작가 한명 한명의 사진과 작품을 찬찬히 훑어보다 보니 이상하게 작가의 모습과 작품의 느낌이 상당히 겹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yBas에 속한 작가들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장소에서 그림이라는 object를 다룬 환경적으로 유사한 반경에 머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환경에 처한 작가들로부터 나온 작품은 도저히 어떤 한 분류로 구분할 수 없는 넓은 영역에 분포했습니다.


모두가 창작을 하는 작가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이유와 수단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이 다릅니다. 작가가 만들어 낸 작품은 곧 작가 자신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작품을 접할 때 작가의 사진이나 바이오그라피를 짤막하게나 한번 접하고 그 작품을 바라본다면 이상하리만치 작가의 분위기와 작품이 묘하게 겹치는 일종의 중첩감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글에는 문체가 있고 말에는 어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작가는 아니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고 또 글을 쓰며 살아갑니다.

그런 내가 남긴 흔적들에 내 자신이 묻어있다고 생각되신다면 한번쯤 내 흔적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치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사진과 연대기를 꼼꼼히 읽고 작품을 보는 것 처럼, 나의 글과 말을 누군가가 탐독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한번 찬찬히 나의 것을 돌아보는 것도 어쩌면 의미 있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글렌굴드의 바하를 듣고 있는 지금 이시간, 더할 나위없이 행복한 밤이네요_

모두 좋은 하루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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