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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에 Jul 12. 2022

[매일 밤, 미술산책] 레오노라 케링턴

현실을 뛰어넘는 초현실이라구요?



코로나로 몸살을 앓았던 전 세계에 잠시 휴식을 준 이번 5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당당히 한 공간을 차지한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레오노라 케링턴'입니다.


다소 생소한 작가의 이름일 수 있지만, 왠지 그녀의 그림을 보면 묘하게 중첩되는 이미지들이 떠오릅니다.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활동한 멕시코의 정서가 녹아져 있는 이유 때문인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순간적으로 겹쳐졌다가, 그녀의 강렬한 사랑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도 순간 스쳐 지나갑니다. 


레오노라 케링턴은 멕시코라는 이국적인 국가에서 초현실주의 시대의 절정기를 보내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우리에게 초현실주의는 익숙합니다. 살바토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 우리는 쉽게 초현실주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초현실주의의 핵심을 설명하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막막해집니다. 


초현실주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고전주의의 관습을 과감히 타파한 인상주의처럼 무언가 명료하지가 않습니다. 어떤 기존의 것에 반대하거나 거부하는 관점에서 생겨난 사조는 의외로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이전의 사조의 반대의 특징을 그냥 설명하면 되기 때문이죠.


초현실주의의 모태는 정신분석학이고, 말 그대로 현실을 뛰어 넘은 초현실(Surreal)을 다루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호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우리의 맨눈은 어쩌면 그렇게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을까요?


우리의 오감은 현실 세계를 꾸준히 우리의 일상을 탐색합니다. 두 눈, 귀, 그리고 냄새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감각은 일상의 모든 현실을 꾸준히 두뇌로 전달합니다.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서 흘러간 정보들의 일부는 인지하는 영역에 저장이 되어 기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일부는 기억할 수 없는 어떤 모호한 영역에 남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인지할수 없기 때문에 규정을 할 수 없고 표현을 할수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뿌연 회색 안개가 낀, 어떤 회색지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우리는 의식의 저편, 무의식의 영역에 저장된 정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초현실주의 작품을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의식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은 땅위를 뛰어갈 수 있고 사람은 두 발로 땅 위에 서 있습니다.
시계는 벽 위에 걸려 있어야 하고, 뜨거운 불꽃이 아닌 더위는 사물은 녹일 수 없죠.


이렇게 우리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현실과 다른 모습이 바로 초현실입니다.


"어? 무언가 이상하네.." 바로 이 포인트가 바로 초현실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비현실적인 것을 보면 현실이 아니라는 정의를 내려버립니다. 예를 들어 상상의 동물 해태, 유니콘,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에 출몰하는 수많은 반신반수의 형상들을 접할 때 우리는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규정을 내립니다. 현실이 아닌 상상의 영역은 또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상상이기 때문이죠.


초현실은 어딘가 현실 같으면서도 이상한 것, 그래서 마치 그냥 생각없이 내뱉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독백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현실주의 작가들도 아마 현실에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겁니다.


Leonora Carrington, Green Tea, 1942, oil on canvas, © 2019 Estate of Leonora Carrington.


레오노라 케링턴 그림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상징적인 언어들로 가득찬 어떤 소설 같기도 하구요, 왠지 모르게 단단한 자아도 보이고, 강인하지만 너무나 연약한 여인의 느낌도 물씬 풍깁니다. 그녀의 그림에는 왠지 모르게 그녀가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Leonora Carrington, Crookhey Hall, 1987,© Leonora Carrington / Artists Rights Society (ARS)


제가 참 좋아하는 레오노라 케링턴의 작품 Croohkey Hall입니다. 무겁지 않은 가벼운 질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여서 더 좋았습니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형상들이 저에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하는 작품입니다. 여자로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제 머릿속에 유난히 깊게 자리를 잡았던 기억들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볼때마다 이상하게 그 기억들이 불현듯 제 머리속에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시절이라 말할 수 있지만, 외로운 시절도 있었고

형형색색 불꽃이 터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불안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현실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초현실적인 감정들이 저를 지배했던 그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현실을 뛰어넘는 그녀의 그림과 덩달아 저도 잠시 현실을 뛰어 넘어보려 합니다.


우리는 오직 상상만으로도 저 멀리 지구 끝까지 갈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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