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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21. 2021

그래서 모두가 집을 가지고 있진 않아.

#런던에서 한 달 살기

D+2





늦은 오후, 한 뼘 정도 열린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졌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메모장에 적어놓곤 한다. 그렇다고 코스를 미리 꼼꼼하게 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 날 아침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리스트 속의 장소 하나를 정하고 근처에 있는 곳을 둘러보는 편이다.









주변 산책이나 할 겸 밖으로 나오니 숙소를 가운데에 두고 양 쪽에 있는 두 개의 작은 광장은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작은 광장들을 지나니 조금 더 커다란 광장이 나왔다. 잔디에 누워있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점심을 먹는 사람들, 토론이라도 하는 듯 둥글게 앉아있는 사람들. 러쉘 스퀘어에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가득했다.

하긴 실내에 있기엔 날씨가 너무 좋은걸.


앞서 걷던 페도라 모자에 체크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길을 내어주었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여행 중이냐고 물어왔다.

광장을 따라 할아버지와 잠깐 걸었다. 겨자색 양말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는 프랑스 사람이었다. 파리에 살지만 일 때문에 몇 년 전에 런던 왔다고 했다.

파리에 가보았냐고 물었고 또 런던의 음식은 어떻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런던에서 지내며 가장 힘든 부분은 음식인 듯했다. 뭐 영국 음식은 맛이 없기로 유명하긴 하니까.


어쩌다 나온 집값 이야기에 런던도 그렇지만 파리도 집값이 비싸지 않냐고 물었더니 할아버지는 눈을 슬쩍 감았다 뜨며 말했다.

“그래서 파리는 모두가 집을 가지고 있진 않아”

뭐, 런던, 파리, 한국. 다 똑같구나.












이젠 정말 여행을 하고 싶어.

여행을 할 수 없으니 회상이라도 할게.


런던에서 한 달 살기,

사실은 두 달 살기를 한 소소한 에피소드와

런던 여행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라.

instagram.com/small.life.sarah

blog.naver.com/sech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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