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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22. 2021

토끼와의 일상적인 아침.

작은 집에 토끼랑 함께 삽니다.





달그락달그락.

뜯뜯뜯. 달그락.


방 밖에서 작은 소음이 들렸다. 베개 밑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보니 벌써 오전 10시가 넘었다. 겉옷을 주섬주섬 입고 거실에 나가니, 이마에 털 주름을 만들고는 3층 집 문 앞에 앉아서는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집 앞에 매트를 깔고 문을 덜컹 열어주니 밤이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팡팡팡- 고작 한 뼘만 한 뒷발을 바닥에 튕기며 불만을 표현했다.





나 토끼, 기분이 별로일 땐 이런 표정이다 토.





보통 우리의 아침은 밤이의 달그락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평소 아침이라면 밥통을 이빨로 앙-물어 들었다 놨다 하며 달그락거리지만, 해가 넘어가도록 늦잠을 잘 경우에는 자기 몸집보다 큰 화장실을 앙-물어 이리저리 옮기다 뒤집어버리곤 한다. 다행히 오늘은 화장실이 그대로인걸 보니 아슬아슬하게 세이프인 모양이다.


밤이 집 앞에 커튼을 쳤더니 카펫까지 햇빛이 길게 늘어졌다. 세수를 하던 밤이는 눈이 부신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방석이다토.






커피 머신을 켜고 우유와 얼음을 꺼내려는 순간, 밤이가 달려와 주방 매트에 앉았다. 빤-히- 부담스러운 눈빛에 밤이용 간식 통에서 케일 두 장을 꺼냈다. 거실 창 앞에 밤이 방석 앞에 가서 쪼그려 앉아 밤이를 불렀다. 

“밤이야! 간식!”


간식이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밤이가 후다닥 달려왔다. 다 벌려봐야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조매난 입을 오물거리더니 찹찹찹- 커다란 케일 한 장을 다 먹었다. 


간식을 먹는 밤이를 두고 다시 주방으로 가서 커피를 내렸다. 우유와 얼음을 다시 넣으려고 냉장고를 연 순간, 밤이가 호다닥 달려와 발 밑에 착-하고 앉았다. 데자뷔인가!







작은 집에 토끼랑 함께 삽니다.

1남편 1아내 1토끼가 사는 이야기. (정말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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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밤이의 작지만 큰 세계,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이야기예요. 장난꾸러기 토끼이지만 보송한 얼굴로 두 발을 곱게 모으고 앉아있으면 마음은 어느새 고롱고롱 해지곤 해요.

토끼와 살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고, 소소한 습관들도 변했어요. 맥시멀 리스트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고, 청소라고는 한 달에 한 번쯤 하던 사람이 매일 아침마다 대청소하는 부지런한 인간이 되었죠.

토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밤이에게 우리는 7년째 길들여지고 있어요.

사라

instagram.com/small.life.sarah

blog.naver.com/sech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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