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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26. 2021

토끼도 외로움을 느끼나요.




파바바박.

앞 발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라는 밤이의 신호다. 방문을 빼꼼 여니 밤이가   사이에  발을 가지런히 두고 앉아있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는 걸보니 아빠는 샤워 중인 모양이었다. 내가 거실 소파에 앉자, 이번엔 욕실  앞에 가더니 또다시 앞 발로 문을 두드렸다. 파바바바박.

   아빠가 나와서 소파에 앉자, 밤이는 그제야 고롱고롱 낮잠을 잤다.


/


토끼 입양하기 전,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보았다.

‘토끼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혼자 살면서 야근을  먹듯 하는 직업이라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은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토끼는 외로움을 타지 는다니! 덤으로 야행성이라 낮에 출근하면 잠을 잔다고 하니, 괜찮을  같았다.


토끼를 입양하고 나니 정말 그런  같았다. 낮에는 대부분을 잤고 멀찌감치 떨어져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정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난 밤이가 잘 지내는 줄 알았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


결혼을 하니 집에는 사람 , 토끼 하나가 되었고, 원룸에거실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밤이 대부분 거실에서 생활했다.


우리가 정말 바쁜 시기가 있었다.  작은 방에서 일을 했고 남편은 침실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거실에서  놀던 밤이가 자꾸만  방을 돌아다녔다.  문이 닫혀있으면 쪼끄만 발로 문을 벅벅 긁기까지 했다. 그러다 누군가  명이 거실로 나오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누워서 잠을 잤다.


그런 날들이 며칠이나 반복되었고 우리는 문득 의미를 알게되었다. 밤이가 같이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공간에, 서로가 보이는 곳에, 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동안 원룸에서 혼자 지냈을 밤이를 생각하니 충격이었다. 내가 외롭고 싶지 않아서 나의 반려동물을 외롭게 했다니, 죄책감에 마음이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엄마를 찾아왔다토




토끼는  마리  입양하는 것은 어땠을까. 처음부터  마리를 입양했다면 서로 의지하면서  지냈겠지만 성토가   다른 토끼와 합사 하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밤이 같이 영역에 더욱 예민한 토끼라면 불가능한 이었다.









요즘 밤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셋이 함께 거실에서  때다. 앉거나 혹은 누워있는 편안한 자세로 있으면 밤이도 마음이 노곤해지는지 푹 쉬고는 한다.


남편과 나는 밤이때문에 방에서 일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때도 문을 조금씩 열어두어야 하지만, 덕분에 외롭지 않다. 함께하고 싶어 하는귀여운 솜뭉치가 있어서.







작은 집에 토끼랑 함께 삽니다.

1남편 1아내 1토끼가 사는 이야기. (정말 토끼)


/


토끼 밤이의 작지만 큰 세계,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이야기예요. 장난꾸러기 토끼이지만 보송한 얼굴로 두 발을 곱게 모으고 앉아있으면 마음은 어느새 고롱고롱 해지곤 해요.

토끼와 살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했고, 소소한 습관들도 변했어요. 맥시멀 리스트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고, 청소라고는 한 달에 한 번쯤 하던 사람이 매일 아침마다 대청소하는 부지런한 인간이 되었죠.

토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밤이에게 우리는 7년째 길들여지고 있어요.


사라

instagram.com/small.life.sarah

blog.naver.com/sech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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