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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세찬 Jul 03. 2024

프랙탈 조직문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인간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곤 합니다. 제 잘못으로 관계가 소원해진 일도,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관계가 파탄난 일도 있죠. 그럭저럭 넘어갈 만한 일이 있는가 하면, 가슴에 담아두고 분을 삭일 만큼 억울한 일도 있습니다.


팀원, 클라이언트, 친구, 지인, 그리고 일을 하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한 주에도 수십 번씩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중 제 머릿속을 가장 빈번하게 헤집어 놓는 파트는 바로 구성원과 조직문화인데요.


우리 회사에는 뛰어나고 좋은 구성원들이 많습니다. 모두 업에 대한 전문성과 자신만의 소명의식을 기반으로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분들이죠. 동시에 올바른 사회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아직 소규모 조직이기에 조금 더 긴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덕분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닐곱 남짓 작은 이 조직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은 매일 발생합니다. 의견이 갈리거나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쌓여 소원해지는 일 등이 있죠.


아주 가끔씩은 프로젝트 목표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업무에 뛰어들어 뒤늦게 허탈해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마추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그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서로 힘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럴 때마다 가슴을 졸이곤 합니다. 아직은 생존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흔들리는 팀워크만큼 무서운 것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들이요. 자율의 범위, 성과주의 vs 공동체주의, 퀄리티 vs 효율성, 돈 되는 일 vs 의미 있는 일 등.. 양립할 있을 것 같으면서도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 위해 넷플릭스나 픽사, 스포티파이 등 탄탄한 조직문화를 갖춘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종종 읽어봅니다. 또는 주변에 비슷한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대표님에게 놀러 가 조직문화에 대해 묻기도 하죠.


하지만 매번 깨닫는 것은 '올바른 조직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뿐입니다.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하기 위해선 올바름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모든 조직은 다른 조직과는 구분된 배타적인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 같거든요. 넷플릭스의 문화를 다른 조직에, 다른 구성원에게 적용했을 때도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요? 한 조직의 문화는 그 조직의 리더, 그리고 구성원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잘 되는 회사들의 조직문화를 슬쩍 살펴보면 정말 제각각입니다. 어떤 회사는 사람과 즐거움을 우선순위에 두고 일하는 반면, 어떤 회사는 효율성과 경쟁우위를 우선순위에 두고 일합니다. 그 조직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모두 그러한 가치에 공감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요. 단 하나의 공통점은 그 가치가 무엇이든 간에 '명확히' 보인다는 것뿐이었습니다.


언젠가 어디서 한 번 읽은 적 있는 '프랙탈 구조'가 떠오릅니다. 프랙탈(Fractal)은 수학, 기하학 연구 분야 중 하나로서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를 뜻한다고 해요. 쉽게 풀어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입니다. 아래 삼각형 이미지처럼요.


시에르핀스키 삼각형_프랙탈구조


성공적인 조직은 이처럼 프랙탈 구조로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인 것 같습니다. 부분(작은 삼각형)이 전체(큰 삼각형)와 같은 모양으로서 끊임없이 반복되며 상호작용 하고, 그렇게 미시적으로는 복잡하지만 거시적으로는 단순한 형태로 생장하는 조직이죠.


이를 위해선 회사와 구성원의 비전이 일치해야 함과 동시에 각 구성원의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해야겠죠. 그렇게 전체와 개인이 상호 잠식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가장 올바른 '그 조직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우리의 삼각형'을 정의하는 일입니다. 삼각형이 뭔지 모르면 네모나 동그라미처럼 아무 도형이나 끼워 맟추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사실, 돌고 돌아 생각해 보면 우리 회사에서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창업자인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은데요. 가장 중요한 걸 하지 않고 쓸데없는 고민만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뒤만 고민하는 초보 리더의 푸념이었네요. 역시 일단 해보고 나서 생각하면 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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