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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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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Dec 25. 2024

당신은 영웅파인가? 공화파인가?

2024년 12월 24일(춥고 맑음)

여당이 불리한 국면 타개용으로 개헌안을 들고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민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 중임제 정도의 개헌이라면 결사 반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각책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우민의 생각이다. 


1919년 상해임정이 출발할 때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출범할 때도 원래 헌법은 내각제였다. 30년의 간격이 있지만 그걸 모두 대통령중심제로 바꾼 원흉은 딱 한 사람이었다. 대통령병에 걸려 대한민국 독재자의 영원한 원형이 된 우남 이승만이다.


지금 윤석열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의 독재시절이 좋다고 노래부르는 사람들이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위대한 영도자가 강하게 이끌어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자신들을 강하게 단련시켜줄 강력한 카리스마 지닌 지도자에게 몸이 단 사람들이다.


윤석열에 맹비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대통령제에 대한 환상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백마 타고오는 초인‘의 도래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불행한 대통령'으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가 말해준다. 그건 '환상 속의 그대'일 뿐이라고.


우민이 보기에 대통령중심제 아래 대통령은 권한만 비대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 무책임한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경영악화가 발생해도 책임지지 않는 재벌회장님과 비슷한 존재일 뿐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재벌 시스템의 번성을 돕는 쌍둥이 정치체제라고 할 수 있다.


우민은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영웅파'라고 부른다. 알렉산더와 카이사르, 나폴레옹 같은 영웅적 자질을 갖춘 사람만이 자신들을 이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대단한 부모 아래서 태어났거나, 학업성적이 특출하거나.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비범한 사람을 지도자감으로 선호한다.


그와 달리 평범한 우리들 중 하나가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비범하지는 않아도 책임감 있고 평균적 윤리감각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믿음을 지닌 사람들을 우민은 '공화파'라고 부른다.


영웅파는 탁월한 지도자가 마음껏 소신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한다. 반대로 공화파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같은 영웅이 다스베이더가 돼 국민의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도자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적고 지도자 교체가 더 쉬운 내각제를 선호한다.


당신은 영웅파인가? 공화파인가? 젊은날 자신을 영웅파라고 생각했던 우민은 나이를 먹으면서 공화파가 됐다. 수많은 수퍼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일종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많은 수퍼히어로가 있는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악당이 등장하는 걸까? 왜 수퍼히어로는 매번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져 악전고투를 펼치는 걸까? 왜 그런 수퍼히어로들도 결국은 무리지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답은  하나다. 수퍼히어로는 결코 우리를 구원해주지 못한다. 수퍼히어로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다. 수퍼히어로가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뭘까? 우리 소시민들 하나하나가 일상에서 소소한 기적을 실천하는 작은 영웅들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작은 영웅들이 함께 평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공화(共和)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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