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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이상스 Jun 03. 2021

우물쭈물 할 것이다.

혐오는 혐오를 부른다



  혐오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도저히 부당하여 견딜 수 없음. 해서, 뒤집어 엎는 거다. 비판하여 꾸짖고 기어코 올바르게 돌려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거다. 변혁을 꿈꾸는 혁명가. 기개와 절개. 그 꺾이지 않음. 파릇파릇하고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혐오. 새로운 DNA. 그러나 그 굳건함은 곧 자기파괴, 즉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강직한 마음은 더욱 더 진전하여 굳은살이 되고 이윽고 자신의 정면만 보이게 될 때. 믿었던 올바름이 화석이 될 때. 이 빌어먹을 세상이란 게 실은 직선이 아니라 나선으로 생겨먹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둥글게 둥글게 돌아온다는 거다.


   결국 세상은 휘어진다. 머무르지 않는다. 굳어있지 않다. 짜글짜글하게 딱딱해진 건 자기 자신 뿐이다. 밀어내는 데 열중하느라 안을 줄 몰랐던 천하의 돌격대장은 둘도 없는 꼰대가 된다.


 낡고 병든 퇴물.


   개혁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인정할 리 없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상대방을 나의 올바름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돌연변이. 역병으로 내몬다. 그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천명한다. 자신의 꼬리가 어느덧 촉수가 되어 뒷덜미를 덮치고 최악의 꼰대는 새로운 시대의 제물이 된다. 예전에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올바름을 위해 되돌려진다.

   혐오는 혐오를 부른다. 혐오로 혐오를 막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세상을 말살해 본인만 남거나 본인만 세상에 없거나.

   극과극은 한 몸, 같은 DNA이다.

   자신이 죽도록 혐오하던 상대방이 거울이 되어올 때. 세상에 그보다 혐오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

   포용해야 한다. 포옹이라 써도 무방하다. 용서해야 한다. 나를 끌어안은 손으로 상대방을 안아야 한다. 때로는 지켜야 하는데 그건 창으로써가 아닌 굳건하고 둥글게 맞잡은 손과 손으로 지켜야 한다.

   꼰대가 될 것 같은 이 느낌이 싫다.

   통증이 무서워 굳은 살이 되느니 두부처럼 유약해질 것이다. 아무런 감각도 못느끼는 것을 두고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성장 난 안해.
필사적으로 우물쭈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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