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발을 진단받고 다시 시작을 다짐한다.

땀이 배신해도 좌절하지 말라

by 생각의 힘 복실이

오늘 병원에 갔다가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주 찍은 MRI 검사결과 확인차 방문했는데, 재발이라고 했다. 주치의 선생님이 가리키는 화면을 보니 육안으로도 희멀건 덩어리가 선명하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계속 양호하다고 진단되어 이번에도 별 일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재발 판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지만, 그래도 옆에 앉은 마눌 얼굴부터 살피게 된다. 이틀전 아침을 먹다가 혹시 재발 진단이 내려지면 어떡하지? 물으니 마눌은 "다시 시작해야지, 한 번 이겨냈잖아. 걱정마."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었다.

다행히 한달 후로 수술 스케쥴을 잡고, 수술전 검사를 위해 병원내 이곳저곳을 방문하면서도 오늘만은 힘주어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아침 8시 채혈로 시작한 병원내 하루를 오후 1시경 심전도 검사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수업이 없어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둘째도 예상보다 늦어진 귀가와 다른 날과 달리 사전 연락이 없는 오늘의 상황을 눈치챈 듯하다.

살짝 안으며 "오늘 결과가 예상과 다르네." 말하니, "괜찮아, 아빠는 이겨낼거야. 힘내."라며 내 품으로 안겨든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지만 인생사가 생각대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삶은 때로 원인과 결과가 분명치 않게 불규칙하게 작동한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는 양자역학의 원리처럼 살다보면 예기치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하고 노력의 배반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간 내 능력과 수고 이상의 보답을 받기도 하고, 로또에 당첨된 듯한 대운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오기도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희일비 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 전투의 승패가 '병가지상사'인 것처럼 암환자에게 재발은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옆의 가족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야 하는게 내 역할인데, 내가 먼저 쓰러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힘을 내야한다. 신발끈 동여매고 다시 달려야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사갈 수 없는 소중한 이웃, 수평적 협력으로 나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