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차정관
* 이 글은 영화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은 고유(固有)하고 서로는 존재(存在)한다.
산과 바다가 보였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는 인간의 보폭과 함께 자연답게 스며들었다. 서래의 대사처럼 “ 인자한 자가 좋아하는 산과 지혜로운 자가 좋아하는 바다”가 융합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내 진심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사랑의 형태는 자연같이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하다. 때로는 사랑과 정반대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미움과 증오 같은 감정들이 사실은 시간이 지나 보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일그러진 사랑의 감정일 때도 있다. ‘사랑’이라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우리는 무엇이 사랑인지 알 수 있다. 말투나 행동, 걱정하는 마음과 같이 사랑을 유추해낼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리의 사랑은 복잡하거나 단순하지 않다. 오로지 나와 너, 우리의 감정들이 뒤섞여 있을 뿐이다.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대사를 많이 들었다. 우리말이 이렇게나 고혹적이고 고매한지 이번에 다시 알게 되었다. 공간의 미장센과 함께 대사의 명확성과 울림이 큰 영화였다. 말 한마디 놓치는 것이 아까워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영화를 들었다. 주인공들의 속삭임은 공명이 되어 내 마음에 닿았다. 마침내, 무너지고 부서진 사람의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건 결국엔 진심뿐이다. 진심의 메아리가 서래와 해준을 둘러싸고 있었다. 외쳐도 결국엔 돌아오는 것은 사랑뿐이었다.
사람은 결심하기에 앞서 수많은 생각과 고민, 엉켜있는 마음들을 하나로 맺는 일을 한다. 명확한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결심은 작용한다. 우리는 내 마음과 관계를 수시로 맺고 끊는다. 때론 냉혹한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결심 없이 하게 되는 선택이 가져다주는 혼란을 겪기보다 가차 없는 결정을 할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결심의 순간에는 선택이 동반되고 그 선택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을 적확하게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살면서 필요하다고 본다. 이럴 때 나는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한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묵직한 평온함이 내 결심을 꼿꼿하게 만들어준다.
다시 새롭게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상상했다. 철저히 붕괴하여 다시 새롭게 지어질 원초적인 사랑과 희망을 생각했다. 잊히되 잃어버리지 않을 진심을 지각했다. 헤어질 결심은 결국엔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