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을 보고 작성한 에세이 입니다.
차정관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되찾았을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언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다양한 감정의 복합체이다. 시절을 회상하면서 아쉬움, 그리움, 보고 싶음 같은 감정을 느낀다. 나아가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의 구성보다 기술적인 면을 집중해서 들여다보았던 영화였다.
당시에 파격이라 볼 수 있는 촬영기법과 미장센,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눈에 띄었다. 홍콩의 시대적 상황을 오묘한 색감과 다소 특별한 캐릭터들의 분장을 통해 표현하려는 감독의 시도가 마음에 닿았다. 한 편으론 현재를 돌아보게 되었다. 문화적인 흐름을 이끄는 한국의 문화예술을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 궁금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중경삼림>은 특이한 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상실의 시대를 다룬 영화가 되어있었다. 젊음의 적막감, 공허함, 외로움을 채워나가기 위한 서사 같았다. “신이시여, 젊은이들이 왜 젊음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우리에게 말해주세요”라는 <Lost Stars>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삶은 어쩌면 길 잃은 별들의 여정인 것 같다.
<중경삼림>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숙제 같기도 하다. 우리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 그 무엇을 찾는 과제 같았다. 지금 사는 세계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이해하기를 멈추고 싶지 않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오고 버텨온 이들을 떠올렸다. ‘우리’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참 좋은 연대의 말 같았다. 하나의 강물처럼 이어져 내려온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중경삼림> 속 인물들 역시 ‘우리’ 안에 젊음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특별한 인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상실’과 ‘채움’에 대한 경험담인 것이다.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랑’이라는 씨앗이 존재한다. 이 ‘사랑’이라는 존재의 씨앗을 어떻게 하면 잘 가꾸고 결실을 볼지는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실과 채움을 반복할 것이다. 내 마음속 빈자리가 포근했으면 좋겠다.
변질하기보다 변화하는 내 마음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