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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Nov 28. 2020

지난 이에게 보내는 편지

자유기고(1)

  날이 추워집니다. 코가 빨개지던 당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잘 지내고 있나요? 매정하게 돌아서서 이별 후의 내 삶만 자랑하던 나였지만, 나는 항상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는 일이더군요. 긴 시간만큼 역시나 나에게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잊기는 힘들 것 같고요. 어느 소설책에서 보았던 말대로 내 입 모양은 당신을 부르기에 최적화된 상태로 남아있어 아직도 숨을 내뱉을 때 당신의 이름이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날이 춥고, 세상도 춥습니다. 당신의 미소는 여전할까요. 이루고 싶었던 꿈을 향한 길을 여전히 묵묵히 걷고 있을까요.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행복한 시간을 누리고 있을까요.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그냥 궁금해하기만 할래요. 당신과 이미 끊어진 실을 다시 연결하고자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저 지나간 나의 사랑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게 궁금할 뿐입니다.      


  아주 가끔 그리워요. 당신의 배려, 손길, 그리고 우리의 시간들이. 내 어깨에 손을 걸치고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해맑게 웃을 때 당신은 참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나도 행복했기에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거겠죠. 나는 지금 행복해요. 당신보다 더 좋다고 당당히 말하기엔 당신도 좋은 사람이었기에, 조금 더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혹시라도 당신도 내가 궁금할까 봐 몇 자 적어보아요. 사실 내가 더 궁금해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늘 그랬듯이 잘 지내세요. 내가 부탁하지 않아도 잘 지낼 당신이지만, 그래도 여기 당신의 행복을 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날이 추워요. 몸과 마음이 따뜻하길.      


                                                                      - 어느 초겨울. 한 때 나의 모든 것이 었던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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