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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 himi Nov 15. 2020

거창한 이유는 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냥 책이 좋아서요.

브랜딩을 하려니 막막한 부분이 있다. 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짚고 넘어갈 점도 있다. '~이/가 있다'고 하면 한 개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어는 복수형과 단수형의 개념이 모호한 경우가 왕왕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 경우엔 실은 막막 투성이라는 점을 둘러말하고 싶었다. 브랜딩을 하려니 막막한 부분들이 있다. 혹은, 많다.


이를테면 기획의도 같은 거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정말 많은 지원동기와 기획의도를 해명해야 한다. 당장 알바 자리를 구하려 해도 지원동기를 말해야 하고, 입시원서 혹은 입사원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 기획의도는 또 어떤가. '재밌겠다, 해야지!'하고 일 벌일 걸 상상하지, 현시대 사회와 그 구성원이 여차저차한 모습을 보니, 그들이 이런 상황에 행하는 이러한 행위가 (이하 생략)... 이렇게 일을 치진 않지 않나. 지원 동기도 따지고 보면 그렇다. 동기랄 것까지 있어? 그냥 돈 벌고 싶어서, 학위 따고 싶어서, 뭐 그런 거지.


하필 이 시대에 전자책도 아니라 진짜로 책장이 넘어가는 책을 만든다. 이건 정말 많은... 해명을 해야 하는 일이다. 현대인의 추락한 문해력과 더불어 급부상한 영상매체의 지위가 가져온 불안감, 불안정한 주거공간에 당장 필요도 없이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는 책을 두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는 자조, 환경적인 측면을 생각해서도 더 이상의 종이 낭비가 과연 올바른 창작인가 하는 자책 속에서, 돈과 명예 중 누덕누덕 기워진 명예라도 남으면 다행인 일인 것이다.


밀레니얼이라며! 전자기기에 빠삭하다며! 디지털 유목민 어떻게 하는건데...


오래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납득할 만한 브랜드의 가치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그런 거지. 책이 좋으니까 좋은 거. 90년대라는 애매한 과도기에 자라나며 책장 넘기는 맛에 눈을 떠 버린 잘못이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는 탓으로 좋아하는 걸 만들고 싶을 뿐인 거다. 좋아하니까, 제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줬으면 하니까, 그래서 합니다. 거창한 이유는 없이요.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하지도 못할 마음을 염불 외듯 중얼거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꾹 참고, 어디 한 번 어른 흉내 내보자. 그러니까, 책이 가진 아카이빙 기능을 믿습니다... 까지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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