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산타가 선물 주는 날인 오늘을 학수고대했는데 아이가 아침부터 콧물을 훌쩍였다. '혹시 열나는 거 아니야?' 열 체크했더니 37.7도다. 어제 코맹맹이 소리에 이불도 안 덮고자 더니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오후에 일도 있어 출근해야 했는데 급히 스케줄 변경 후,
의사 선생님은 요즘 하도 무증상자도 많고 증상도 너무 다양해 환자 중에 한번 해보세요 했던 분이 나온 경우도 있다고말하시며 pcr검사를 권했다.
11월 한 달 감기로 한참 고생하고 그 이후로 어째 안 아프고 어린이집 생활도 잘한다 생각했는데 다시 어디서 굴러들어 온 바이러스 놈이 침투 성공이다. 그렇게 손을 잘 씻었는데도 어림도 없다.
돌아오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려 산타 선물을 챙겨갔다. 당시엔 티도 안 내더니 집에 오자마자 현관 앞에 앉아 받은 선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아이는 기뻐했다. 작은 선물이 여러 개 있었다. 그중에 손바닥 안에 들어맞는 사이즈에 미니 젤리 2 봉지를 들더니 그렇게 기뻐할 수가 없다.
신나게 놀고 기뻐해야 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아이는 아프고 엄마는 가정보육과 병간호 당첨이라니. 요즘 말도 엄청 안 듣는데...
서둘러 약을 먹이고 아직 보여주지 않은 산타 선물을 미끼로 말 안들을 때마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도로 갖고 간다며 으름장을 놓아보려 한다.
아이 낮잠 시간이 됐다.
"감기 걸려서 오늘은 이불 꼭 덮고 자야 해."
"싫어!"
요즘 싫어 병에 걸려서 말도 안 듣는다. 감기가 걸린 이상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유치하지만 엄마가 옆에서 토닥토닥해줘야 잠드는 아이에게 나도 같은 방식으로 대항해 본다.
"그럼 너도 혼자 자. 책도 안 읽어 줄래. 엄마 말 안 들으니 엄마도 엄마하고 싶은 대로 할래"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 엄마... 이불 덮을게."
치사하지만 엄마의 승리다.
둘이 나란히 누워 2권째 책을 읽어주는데 잠이 쏟아진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읽던 책이 멈췄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며 어서 마자 읽으라며 당당히 졸고 있는나를 마구 깨워 댄다. 책을 읽어주는 건지 잠꼬대를 하는 건지 어떻게든 두 번째 책을 마무리하고 더 이상은 엄마도 졸려서 못 읽게 다고 말하며 둘 다 잠이 든다.
희한하게 아이가 잠들면 내 눈은 떠진다. 책 읽으려고 같이 누웠을 땐 그렇게 잠이 쏟아지더니말이다.
요즘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로 크리스마스 이브라 해서 뭐 특별할 것도 없었지만 아이가 아프니 그저 고열 나지 않고 무사히 연휴를 잘 보내길 바랄 뿐이다. 요즘 같은 때엔 건강히 하루하루를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