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께서는 대학원 야간 수업 듣느라 저녁 늦게까지 혼자 있는 아들을 걱정하는 나에게 아들과 함게 수업에 오도록 허락해 주셨다.
초등 5학년이라 다 컸다 싶었는데 최근에 솔이는 혼자 있는것을 버거워했다. 평소에 친구와 조금 늦게까지 놀기도 하고 배드민턴 강습도 받아야 해서 초저녁에는 엄마를 그다지 찾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컴퓨터 게임하니 오히려 엄마가 늦게 오면 더 좋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3월 한 달간 주 2회를 계속 밤 11시에 오니 밤이 늦어질수록 불안해하면서 그 좋아하던 게임도 더 이상 싫다고 했다.
싫어도 끝까지 계속 하라고 하면 결국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중독으로 방치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는 시점에 교수님께서 나의 걱정을 들으시고 수업에 데리고 와도 된다고 제안해 주셨다. 멀리 있는 딸은 이 소식을 듣더니 교수님 정말 열린 분이라고 감동한다.
친구와 논다고 안 가려 하거나, 배드민턴 레슨이 늦어져서 수업에 늦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학교에 같이 가기로 약속을 정하고 아들이 먹을 저녁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아들과 소풍 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아들과 손을 잡고 강의실에 들어갔다. 약간 긴장된다. 다른 학습자들에게 양해가 구해지지 않아 행여 마음 불편한 사람이 있을까 염려도 되고, 아들이 수업시간에 철없이 행동할까 염려도 되었다. 그래도 아들과 함께 학교에 간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안심도 된다. 사실 수업을 마치고 부산서 울산 북구까지 가면 11시 가까이 되는데 그때까지 혼자 있을 아들을 생각하면 항상 집에 가는 길이 조마조마했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수업도 듣고 집에 가는 길도 속력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안심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 2개와 어린이 책 한 권 심심할 때 그릴 도구와 핸드폰을 준비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하니 나는 수업 준비에 철저하게 된다. 아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니 발표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 토론준비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나 아들은 수업 내내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느라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영상을 보고 있는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하면서 질적으로 유의미한 시간을 고민해 봐야겠다고 다짐만 해본다. 이제 울산으로 출발한다.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
왕복 3시간 넘게 차로 왔다 갔다 한 아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루해서 다시는 수업 같이 안 간다 말은 하지만 또다시 혼자 집에 있게 되면 맘이 또 바뀌겠지…
아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귀한 경험을 허락해 주신 부산대학교 특수교육과 강영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