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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Nov 01. 2022

미국의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런 말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이태원 사건 뉴스를 보면서 연락한다. 

선생님 가족들은 괜찮은가?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을 때였다.

내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였지만, 미국 언론에 프라임 뉴스로 도배될 정도는 아니였다.  

도서관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간에 한 한국 분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했었고, 

그 때, 그 사건에 대해 알게 된 미국인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22년이 된 지금, 우리나라는 많이 달라졌다. 

한 때, 코로나를 가장 잘 관리한 나라로 여겨지면서 긍정적인 뉴스가 쏟아져 나왔고, 주변 미국인들이 나를 만날 때마다 한국은 너무 잘 하고 있지 않나, 좋겠다, 부럽다.. 라고 이야기하니 그냥 '국뽕'이 차올랐었다. 미국인들은 뉴욕에서 푸른 비닐로 싸여진 시체들이 트럭에 쌓이는 영상을 보면서 경악했고, 방역 시스템이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가 있나 한탄했었다. 

그런데, 그 푸른 비닐을 엊그제 또 보았다. 그것도 한국, 서울 한복판 길바닥에서.... 

우리나라는 그 사이 너무 주목받는 나라가 되었고, 미국 CNN, NBC, BBC 등이 그 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했고, 이제는 미국인들이 뉴스를 보고 나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애도하자고 한다. 맞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애도인가. 시민들이 어디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 사회 안전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혹시나 재수 없어서 총격사건에 연루되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지만 개선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그들의 현명한 사용을 바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압사 사고라니...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을 예상했지만 안전 우려를 위한 예방은 없었다니... 어떤 것이 더 쉬워보이는가? 총기 규제인가, 원활한 이동을 위한 교통 통제, 통행 지도인가? 그저 슬퍼하고 추모하는 것이 충분한 애도인가?


"물어봐줘서 고마워, 우리 가족은 괜찮아. 하지만 너무나 슬프구나." 라고 답하면서 왜 이제는 이렇게 부끄러운 나라가 되었는지 속상하고 또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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