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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Dec 14. 2022

월드 투어라도 기회가 되면, 콘서트  in 한국

예매는 뉴욕 콘서트가 더 쉬웠다. 

뉴욕 방문 시기와 콘서트 날짜가 운 좋게도 맞아서 예매를 했고, 서울 콘서트보다 쉬웠기에 좀 더 가까이 아티스트를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었다. 미국 애들이 어떻게 콘서트를 즐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럼 외국인 친구와 콘서트를 함께 간다면?

 

서울과 뉴욕 두 곳의 콘서트 내용은 거의 대부분 같았으며 퍼포먼스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따라서 사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콘서트를 간다고 해도 무방하긴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 가수의 콘서트를 보는 것을 왜 더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아무래도 공연에 더 집중하는 팬 문화 체험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방문 시기가 맞을 뿐 아니라 예매에도 성공해야 하는 선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미국인 가족도 한국 방문 시기 중에 한 아티스트의 공연을 봤다고 했다. 그 그룹이 잘 모르는 신인그룹이었지만 굉장히 콘서트를 즐기고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기억나는 한 마디 코멘트는 그런데 왜 콘서트 하는 동안 모두 앉아있는지, 그게 신기하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겼었다. 그런데 뉴욕의 콘서트를 가보니 그것은 큰 차이였다. 


뉴욕 공연 전, 객석에 앉은 팬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인사하고 포토카드나 직접 만든 굿즈들을 나누며 이야기했다.  음악이 나오기 전까지 분주하게 인사하고 수다를 떠는 모습이었다. 한 시간 정도 전부터는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같이 떼창을 부르고, 춤을 췄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이 나게 본 공연을 기다리니 콘서트를 즐기러 온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다.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모두 조용해졌다. 그러면서 모두 핸드폰을 꺼내 드는 모습이었다. 객석의 그 누구도 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응원봉과 핸드폰을 머리 위로 올려 촬영하니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 내 키가 작은 것도 속상했다. 상대적으로 키 큰 외국 여자애들이 많아 공연 내내 나는 목이 빠져라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들 촬영에 너무 집중해서 공연을 즐기는 건지, 촬영을 온 건지 안타까웠다.   

콘서트는 훌륭하고 퍼포먼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의 팬들은 계속 일어나서 응원봉을 흔들었다. 그때 기억났다. 왜 앉아서 공연을 즐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던 그 말이. 그리고 알게 되었다. 한국의 팬들은 앉아서 같이 떼창과 응원법을 외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일어나서도 앉아서도 공연을 잘 즐길 줄 알기에 상관이 없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느낀 이 점에 대해 써놓은 미국인 팬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보았다. 앞자리의 어떤 관객이 커다란 플래카드를 공연 내내 들고 서 있어 시야가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모두 좋았지만 단 하나, 청중이 어떠한 이유로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면 그것은 공연을 즐기러 온 관객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콘서트는 어땠을까? 


미리 가서 기다리는 팬들은 서로 포카 교환도 하고, 굿즈를 사기도 하고, 나눔도 했다. 이런 일들을 겪어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문화 체험이었다. 이러한 케이팝 팬 문화가 뉴욕 콘서트에서도 재현되는 것을 보면서 암암리에 케이팝과 연결된 한국의 문화가 세계 진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초등학교 앞 녹색 어머니회처럼 횡단보도 안전 지도 청년은 팬들의 안전을 위해 제작된 주황색 깃발을 들고 신호등에 따라 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작아 보이지만 큰 배려에 감동이다.  

본 공연 전에 틀어주는 뮤직 비디오에서는 앳되어 보이는 과거 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뉴욕 공연에서는 최근의 뮤직 비디오만을 틀어주어서 그런 재미가 없었다. 

공연을 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한국에서는 공연하는 동안 휴대폰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본 공연이 시작되면 응원봉만을 들고 흔들며 오롯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다.

공연 중에 팬들이 만들어 온 재치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다. 그때, 우리는 위트 있는 팬들의 사랑을 함께 공유하며 웃을 수 있다.   

공연 프로그램에 따라 앙코르 공연에서 이렇게 가까이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만족 대만족이다. 

공연이 끝나고 아쉬워할 즈음, 막차 시간을 알려주는 신공으로 밤늦은 시간 조심히 들어가라는 안내까지 해 준다. 재치 있고 배려심 넘치는, 공연의 진짜 엔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퇴근하며 손 흔드는 리더의 모습도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수 있으니 한국에서 즐기는 콘서트 후유증이 더 클 것 같다.   


하지만 이도 저도 모두 떠나 티켓을 구하는 것이 관건!

만약 티켓팅에 성공했고, 외국인 친구와 콘서트를 함께 간다? 

오잉, 이런 행운이! 우리 신나게 즐기자!!!


2022 AAA (Asian Artist Awards) 올해의 가수상을 세븐틴이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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