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가 오면 제일 먼저 같이 가고 싶은 곳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이다.
반가사유상과 함께 고요하고 깊은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2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BTS 가 반가사유상을 관람한 후, 반가사유상 굿즈가 뮤지엄샵에서 판매된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한국에 온 후, 바로 구매에 도전했는데 어찌나 인기가 많은 지 첫 도전에서 구매에 실패했다. 그런데 수요가 많고 공급 물량은 바로바로 채워지지 않았는지, 몇 차에 걸친 공동 구매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다음 도전에는 구매에 성공해 고이 집에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생겼을 때, 바로 국립 중앙 박물관 사유의 방을 찾았다.
https://www.museum.go.kr/site/main/showroom/list/631120
들어가면서 입구에 적힌 문구를 읽고,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길 마음의 준비를 저절로 하게 된다.
두 반가사유상의 엷은 미소는 세상 근심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듯하다.
어둡게 꾸민 공간에 조각상만이 빛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인자해서 저절로 겸손의 자세로 바라보게 된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두 분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내 속에 무언가가 채워짐을 느끼게 된다.
사유의 방에서는 반가사유상들을 가운데 두고 천천히 한 바퀴 돌면서 온전히 감상에만 젖어들 수 있다. 옆모습, 뒷모습의 우아한 곡선들을 보며 금동으로 만든 옷자락과 인체의 선들에 감탄하면서 조용히 전시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떠올린 또 하나의 조각상은 피렌체 아카데미아에서 보았던 다비드 상이었다.
아마도 다비드상을 가운데 두고 천천히 조각상을 음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서였나 보다.
https://www.galleriaaccademiafirenze.it/
하지만 다비드 상이 전시된 공간은 돔 모양의 하늘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아주 밝은 모습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다비드 상은 거대하고, 숭배하며 봐야 할 듯한 느낌.
뭔가 비례가 맞지 않는 듯한 어색함이 흐르는 가운데, 대리석에 인체의 아름다운 근육을 어떻게 이리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된다.
눈부시게 밝게 꾸며진 공간은 뭔가 행동에 옮기기 전 결심을 굳힌 다비드의 강인하고 강건한 모습을, 근육을, 인체를 잘 보라고 과시하는 듯하다. 우러러보면서 대단한 조각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반면, 사유의 방에 앉아계신 두 분 반가사유상은 그저 미소 지으며 이곳에서는 잠시 걱정을 내려놓고 마음을 회복하라고 위로해주는 듯하다.
그러니 본격적인 한국의 각양각색 재미를 보여주기 전에 먼저 외국인 친구와 이 방을 들러보자. 왜냐하면 이 고요한 아름다움은 6-7세기에 만들어진 거라고 우리의 장대한 역사와 미를 동시에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