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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Apr 18. 2023

한국어로 물어보면
한국어로 답해주세요.

외국인의 한국어 질문에 대답하기

만나러 가는 길, 

만나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두근거렸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학생이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도 있어 나와 만날 시간도 있다고 했다. 만나기 전 어디서 어떻게 만나 무엇을 해야 할 지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한꺼번에 떠올라 고민이 되었다. 그녀는 내가 제시한 몇 개의 장소 가운데 바로 삼청동을 골랐고, 고민 없이 우리는 삼청동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그녀가 여러가지 경험을 하길 바랬던 나는 그녀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며칠 동안 서울의 지하철을 많이 타본 그녀는 너무 편리하다는 칭찬 세례를 했다. 지하철 문 위로 보이는 한글 전광판에서 왼쪽 오른쪽 글자를 읽을 수 있어 열리는 문을 알았다고 너무 좋아하며 내게 가르친 보람을 안겨주기도 했다.

삼청동 까페에는 외국인 손님들이 가득했다.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한국어를 하지 않고 있었으니 모두 외국인이다. 손님이 많아 잠시 기다리던 동안 종업원은 메뉴판을 우리에게 각각 가져다 주었다. 메뉴판을 받고 펼치는데, 갑자기 그녀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메뉴판은 영어 메뉴판이었다. 한국어로 메뉴판을 읽고자 했던 그녀는 한껏 실망한 모습이다. 내 메뉴판은? 한국어였다. 하하. 나는 어김없는 한국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나는 내 메뉴판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한국어로 더듬더듬 메뉴판을 읽으며 뭘 먹을지 골랐다. 나는 그녀에게 미션을 주었다. 내 주문까지 한국어로 주문해 보라고 했다. 그녀는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한국어로 메뉴 주문하는 말을 열심히 연습했다. 

테이블에 앉은 후, 새로운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 줬다. 그런데 또 영어 메뉴판이다. 그녀는 나를 보고 도움을 구하는 눈길을 보냈다. 다시 종업원에게 한국어 메뉴판을 받은 그녀는 또박또박 자신의 음료와 내 음료의 주문을 했다. 아주 잘 해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자기 얼굴 빨갛지 않냐면서 매 번 한국어를 말하기 전에 긴장되서 이렇게 얼굴이 빨개진다고 했다. 너무 귀여웠다. 

이제야 일상 대화, 여행하면서 필요한 말들을 겨우 배운 수준이지만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 번 한국어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한국어로 한국 사람에게 말을 걸기 전에 긴장하고 떨리는데다가 말하면서는 얼굴이 점점 빨개지기에 시도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한 마디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대답을 한다고 했다. 한국어로 질문하는데, 영어로 대답을 하다니 한국인은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구나! 게다가 영어도 잘하고 말이다. 

북촌 한옥 마을 

     

까페에서 나와 찾은 북촌 한옥 마을에는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로 골목이 북적였다. 이번 여름,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이미 나의 학생들 몇 명도 오기로 되어있는 상태이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를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굉장히 클 것이다. 마치 우리가 영어를 배운 후 영어권 나라에 가면 영어를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제발 거리에서 외국인이 한국어로 질문을 하면 천천히 한국어로 대답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국어로 말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때 영어 혹은 다른 외국어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 큰 맘 먹고 한국어로 질문을 했는데 영어로 대답하면 김이 샐 것이다. 한국어 대답을 알아들을 수 있을 지 그게 관건인 외국인에게 너무 쉬운 답을 주지 말자. 한국어로 질문하는데 왜 영어로 대답하는가. 혹 그 외국인이 영어권자가 아니면 그것도 그 외국인에게는 실망일 것이다. 그러니 한국어로 질문하면 한국어로 대답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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