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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Jul 29. 2024

한국에서 살고 싶은 외국인들

내게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 학생들 중에는 나중에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학생들이 꽤 있다. 

아무래도 한국어를 배우다 보니 한국에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한국인인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긴 하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학생을 처음 만난 때는 2020년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러시아계 미국인 학생은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한국에 가서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런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을 만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왜 한국에서 살고 싶은 지 물어봤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BTS의 팬덤 '아미'였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의문이었다. 

그 무렵 또 다른 고등학생을 만났다. 그녀도 K-팝에 빠진 소녀였다. 그녀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원래 다니던 중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학교로 전학까지 갔다. 마침 그녀가 살던 동네 근처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 고등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라는 새로운 '중독'에 빠진 그녀는 중학교 때 전학을 가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현재는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 사이에 한국을 한 번 방문했었고 교환학생으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학생은 너무나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한 나머지 '한국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이미 들은 바가 있다며 미리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코카시안 아메리칸(백인)이라는 것을 덧붙였다. 그렇게 그녀는 한국에 오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K팝에 빠진 몇몇 학생들은 한국에 와서 살고 싶어 했다. 그 가운데 몇몇 학생은 아직 한국어를 배우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어떤 학생들은 이 수준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한국으로 와서 돈 벌면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조사를 좀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해답은 많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찾아보니 한국에서 수입을 올리며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 영어 강사로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한국은 영어 원어민 교사를 위한 비자가 따로 있어 영어 원어민이라면 이 비자를 받기 쉽다. 하지만 실제 실행은 쉽지 않다. 미국에서의 일과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어찌 쉬울 것인가.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K팝 클럽(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선생님이자 내게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인 중학교 사회 선생님은 과거에 ESL 선생님으로 일한 적도 있다고 하며 어떻게 하면 영어 강사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지 알려달라 하기도 했다.  

이렇게 ESL 영어 강사가 되어 한국으로 오는 게 어떤지 묻는 질문을 무려 4명의 학생으로부터 들었다. 개중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한 학생도 있겠지만 실제 한국을 방문해 나를 만난 학생들 중 한 명은, 내게 한국에서 살면서 뭐가 제일 좋냐며 진지한 질문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나서 내게 털어놓은 속내는 아무리 고민해도 영어 강사로 일하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그녀는 미국에 4층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래머다. 나는 이렇게 여행으로 한국을 자주 오라고 조언해주었다. 

작년부터 여름마다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어 공부를 하는 대학원 학생은 K 팝 팬이 전혀 아니고, 현재 물리학 전공의 대학원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사를 마치면 ESL Teaching 공부를 할까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학생들을 여럿 본 나는 바로 "왜? 한국에서 살려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나는 한국에 있는 여러 종류의 국제학교와 미국 대학교의 한국 캠퍼스를 알려주며 이런 곳에서 너의 전공을 살려서 일하라고 했다. 그녀는 과학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은 자신있지만 한국어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학교들은 영어로 강의를 한다고 하니 적극적인 호감을 보이며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한국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된 건지 궁금하다. 그저 지난 몇 년간 학생들과의 소통속에서 추측하기로는 코로나 직전 시기부터 조그맣게 타오르기 시작한 불씨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코로나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더불어 K팝,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그 밖에 몰랐던 한국 문화와 매력이 전방위적으로 알려지면서 전파된 것 같다

 

하지만 앞의 학생들은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아예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겨 이민을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는 이도 보았다. 현재 5-6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 영국인 영어 선생님은 한국 시민권을 따서 한국에서 살겠다고 했다. 자신이 느끼는 최악의 영국 경제와 상태를 설명해주면서 한국이 훨씬 낫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한국에서 오랜 산 만큼 한국의 비현실적인 교육 경쟁 또는 자신의 근무 환경에 대한 비판도 여러 번 언급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현재 영국보다는 한국이 더 나은가보다. 그렇다면 한국과 비교했을 때 모국의 상황이 더 살기 좋지 않은 사람은 바로 한국으로의 이민을 행동으로 옮기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한국의 인구 문제가 화제가 되면서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민법을 공부해보니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기에는 일자리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이슈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오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이들이 한국 영주권을 따는 것도 굉장히 힘든데다가 된다고 해도 길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보아온 이민 관련 문제들을 한국에서 맞닥뜨리게 되니 참 신기하다. 그리고 궁금하다. 한국은 정말로 이민으로라도 인구를 늘리고 싶은가? 어쩌면 지금이 기회의 시간이라면? 당장 적극적인 이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의 다문화 평등 교육, 그리고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고정관념까지 싹 다 바꿔야하니 참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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