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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강 Yoon Kang Jun 23. 2021

드라마 신작 성적표

<멸망>, <마인> 선방... 지금은 보영시대

브라운관은 지금 '보영시대'다. 배우 이보영, 박보영의 신작이 나란히 드라마 화제성 1, 2위에 올랐기 때문.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조사결과 5월 둘째 주 드라마 화제성 1위가 박보영 주연의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이하 <멸망>), 2위가 이보영 주연의 <마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역시 '보영' 배우들의 힘은 강력했다. 박보영이 2위, 이보영이 4위에 랭크됐기 때문. 브라운관의 보영시대를 열게 한 두 신작, <멸망>과 <마인>을 살펴보자.


<멸망> 속 두 배우의 케미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사진 tvN 공식 유튜브

▶ 로맨스 판타지에 특급케미 한 스푼,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교모세포종입니다" 시한부 3개월 인생을 살게 된 탁동경(박보영 분). 어릴 적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하나 남은 남동생은 철들기엔 아직 멀었다. 수술에 성공해도 남은 인생은 1년 남짓. 동경은 수술 권유를 거절한다. 목숨을 연장할 비용은 커녕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일터로 돌아간 동경. 상사한테 치이고, 알고보니 유부남인 남자친구 때문에 인터넷에 불륜녀로 소문까지 난 것도 모자라 우산도 없는데 쏟아지는 비까지. 집으로 돌아온 동경은 떨어지는 유성에 간절한 소원을 빈다. "세상 다 멸망해버려" 그날 새벽, 초인종이 느닷없이 울리기 시작하고, 동경은 현관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하는데...

박보영은 탁동경으로 분해 꿋꿋한 20대 청춘의 모습을 연기한다 / 사진 출처 tvN 공식 유튜브

─ 유치한 판타지? 케미와 연기력으로 잠재우다

불행한 인간과 초월적 존재. <멸망>은 두 가지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다. 이 조합은 신선하지 못하다. 메가 히트작 <도깨비>의 김신(공유 분)이 그랬고,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 분)이 떠오른다. 멸망(서인국 분)은 이런 초월적 캐릭터의 범주를 벗어난 인물은 아니다. 순간이동, 초능력. 익숙한 클리셰가 눈에 띈다. 작가의 타개책은 멸망. 김신과 장만월이 가치중립적인 초월적 존재였다면, 멸망의 이미지는 다분히 악하고 두렵다. 필요악인 멸망의 행동과 자신을 위해 그를 사랑하겠다는 동경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느낀다. 허무맹랑하게만 들리는 이 이야기를 실체화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몫이 크다. 특히 박보영 배우는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하는,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칼같은 딕션으로 멸망과 대립하면서도 자신을 거둬준 고모와의 통화에서는 러블리한 매력을 물씬 방출한다. 불행한 소녀가장이라는 뻔한 캐릭터가 박보영을 만나 살아났다는 평. 서인국과의 케미도 훌륭한데, 강아지상 배우 박보영과 늑대상 배우 서인국의 얼굴합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이다. 판타지와 로맨스의 사이에서 <멸망>은 어떻게 변주될까? 현관으로 들어온 멸망이 파멸이 될지, 구원이 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겠다.


<마인>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두 여성캐릭터, 서희수와 정서현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 사진 출처 tvN 공식 유튜브

▶ 품위있는 그녀들의 귀환, <마인>

국내 대기업 효원그룹의 하루는 밖보다 안에서 더 분주하다. 궁궐같은 2개의 저택, 수많은 일꾼들이 이곳을 꽉 채운다. 품격 있는 자태로 집을 활보하는 이들, 그러나 실상은 개차반이다. 폭행을 일삼는 갑질 재벌 2세, 능력부족으로 집에서 로또만 긁는 첫째 아들까지. 외려 품격은 외인이라 불리는 며느리들이 갖추고 있다. 재벌집 딸 첫째 며느리 정서현(김서형 분), 배우 출신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 분). 동서지간인 두 사람은 서로 신뢰하지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저녁 파티 중 효원그룹 회장이 의식을 잃게 되고, 효원의 주인 자리를 놓고 가족들은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서현과 희수가 고용한 튜터 강자경(옥자연 분)과 메이드 김유연(정이서 분)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는데...


이보영은 배우 출신 며느리 서희수 역으로 분해 당돌한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 사진 출처 tvN 공식 유튜브

─ 믿고보는 작감배, 배신은 없다.

작감배. 작가 감독 배우의 준말로 드라마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마인>은 이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춘 작품으로, <쌈 마이웨이>,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PD,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 김서형-이보영의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마인>은 밀도 높은 서사와 치밀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재벌가의 화려한 치장과 저택 라이프 역시 소소한 볼거리. 특히 이보영 배우의 서희수 캐릭터 소화 능력이 호평을 받았다. 서희수는 배우 출신 며느리로 남편의 혼외 자식을 친아들처럼 키우는 어머니다. 배우, 며느리, 엄마. 다양한 역할로서 서희수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는데, 그간의 내공이 잘 드러났다는 평. <신의 선물 14일>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귓속말>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를 연기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았던 걸 생각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탄탄한 전개로 팬층을 사로잡고 있는 <마인>. 아쉬운 점은 복잡한 인물 관계도. <마인>의 비중있는 캐릭터들의 성별 대다수가 여성인데 불명확한 스타일링은 극 초반 시청자들의 혼동을 유발한다. 소위 말해 외형이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것. 특히 튜터 강자경과 메이드 김유연은 동시에 저택에 입사하는 장면에서 인물을 혼동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이 진입장벽만 넘기면 여러분도 곧 <마인>폐인이 될 것이다.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이 마주한 요즘이다. 오후의 햇살은 쨍쨍하다 못해 뜨거운데 달이 뜨면 금방 기온이 가라앉는 간절기. 몸과 마음이 헛헛해지기 딱 좋은 계절, 신작 드라마로 삶의 활기를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멸망>은 티빙에서, <마인>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다시 볼 수 있다.


ott뉴스

http://www.ottnews.kr/View.aspx?No=164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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