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0년 12월이 되었고, 중순을 향해간다. 작년 가을, 2020년에 이루고 싶은 꿈을 꾸며 일년간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작지만 값진 작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작년 이맘때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플러스 되어 있었다.
조금은 어깨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루고 싶은 꿈을 꾸고 갈망하며 열심히 노력하며 달려가고는 있는데,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인지,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맞는 것인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 누구도 나에게 짊어주지 않은 짐을 얹은 듯,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다.
올해 12월, 나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해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반년 뒤인 12월에는 전혀 다른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시기가 된 지금 나를 바라보면, 내가 잘 해내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사실 요즘, 내 머리와 마음 속에는 작은 돌멩이가 하나씩 하나씩 얹혀지듯 조금은 무거운 기분, 느낌이 들기도 하다.
나의 꿈을 위해, 혹은 이전과는 다른 나로 살아가기 위해,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나였다. 다행히 그 길엔 나 뿐만이 아닌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나는 나와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무리 안에 살포시 합류하여 함께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함께한다고 해서 그들과 속도가 같은 것은 아니었다. 노력의 차이인지, 열정의 차이인지, 실력의 차이인지 명확히는 잘 모르겠으나 조금씩 조금씩 내가 무리 밖으로 밀려 나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함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분들을 보면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하시고, 성과를 내시고, 꿈을 이루어 나가시는지, 감탄의 연속이다. 그럴 때면 ‘나는 그만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만한 열정도 가지지 않고, 그만한 실력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변화된 나의 모습만을 상상하며 무리하게 달려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주춤해 본다. 오늘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 고요한 이 시간 속에서 머릿속으로 지난 날의 나의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밤 11시 경 두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잠든 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커피 한 잔을 타, 나홀로 식탁 위 조명을 켜고 책 한 권을 펼쳐 색연필과 형광펜을 들고 줄을 쳐가며 열심히 책을 읽어나가던 나의 모습을, 나의 지금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내 이름 석자가 새겨진 책으로 꼭 한번 담아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늦은 밤 매일매일 A4용지 한 페이지씩 분량의 글을 써 나가던 나의 모습을, 낮아진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돈을 벌고 싶고, 일을 하고 싶고, 나의 존재를 보다 귀하게 여기며 확고히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나만의 사업을 구상해 보며 부족한 솜씨로 배움을 노력해 나가던 나의 모습을..
나의 지난 모습들을 하나하나씩 떠올려보니,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도 갖추지 않고 무리하게 달려가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한가지는 분명히 알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이 길은, 현재 내 위치에서 내 상황에서,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라는 것을, 그 밖에 다른 명확하거나 빠른 방도는 보이지 않다는 것을, 나는 내 속도에 맞춰 그저 열심히 달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에게 최면을 걸듯, 내 가슴에 손을 얹고 토닥이며 나 자신에게 속삭여 본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 성과가 없어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 해냈고, 잘해 나가고 있어. 넌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중요한 건,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거야. 그것만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