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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희 Jun 15. 2021

꿈꾸는 방법

1년 계약으로 서울에서 일을 시작하고 대구를 떠나 혼자 지내게 되었을 때, 친구는 나에게 “자유부인”이라고 하면서 부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나의 생활은 자유롭지 못했다. 주중에는 센터 일이 늘 바빴고 주말에는 대구에 가서 가족을 만나고 거기서 가사노동을 해야 했다.

그런데, 대구의 코로나가 아주 심각할때 3주 정도  대구에 가지 못하고 서울대  생활관에서 주말을 보냈다. 주말에는 내가 꼭 대구에 와야 한다고 남편은 주장했지만, 나는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서 대구에 가지 않았다. 내가 주말에 대구에 오지 않는다고 남편은 화를 냈다.

주말을 생활관에서 보내게 되면서, 생활관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도대체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았다. 가족의 식사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진지하게 나의 삶을 들여다보게  것이다. 아율러 지난 나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가정 내에서 여성이 원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좌절된다는 것은 불행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기숙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상이 무너져 다들 힘들어진 그때,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시간을 가졌다. 책을 다 읽고 일어서서 카페를 나오면서, “아내인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자유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 자유시간은 서울의 직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도 아니고, 대구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시간도 아닌, 제3의 시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유시간을 허용한 공간은 직장도 아니고 집도 아닌 제3의 공간인 것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결혼을 한 순간부터 자유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대학원 다니고, 학위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아이들 입시를 치르고. 그렇게 늘 바빴다. 그러면서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젊은 날을 돌이켜보면 꿈꾸는 방법이 틀렸던 것 같다. 대학시절에 행시 합격이 나의 꿈이었다. 틀렸다. 꿈을 그렇게 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평생 동안 ‘자유시간’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하고 꿈꾸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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