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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희 May 13. 2021

어머님의 프로필 사진

어머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았다. 어머님의 얼굴이 프로필 사진으로 되어 있고, 배경 사진이 나의 사진으로 되어 있다. 지난봄에 구룡포에 어머님 아버님 모시고 놀러 갔을 때, 유채꽃 사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웬일인지 그 사진을 보는 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님께는 내가 자랑스러우신가 보다. 어머님께 당신의 막내며느리인 나는 어떤 의미이기에 나의 사진을 당신의 프로필 배경 사진으로 저장해 두셨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자꾸 눈물이 다.

더 잘 된 친구나 선배와 나 자신을 비교하면서, ‘난 아무것도 아닌데 뭘’ 하는 생각을 해 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서야, 내가 얼마나 근사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님의 지원 덕분에 세 아이를 낳고도 그럭저럭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었음에 어머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어머님과 나 사이에 기껏해야 한 세대 차이인데, 참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머님께서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셨다. 어릴 때부터 베를 짜고 집안 살림을 하셨다고 한다. 한글을 깨치신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에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박사학위 논문 외에도 몇 편의 학술지 논문을 출판했다. 물론 세 아이를 돌보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 냈다. 나는 어쨌든 내 이름 석 자로 세상에서 살아냈다. 대단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내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받아보았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어머님과 나 사이에 공통점도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정년퇴직을 한 남편은 여전히 스스로 점심이나 저녁을 준비해서 혼자서 식사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 꼭 나에게 식사를 차려 달라고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차려 주지 않으면 식사를 거른다.

아버님 역시 식사만큼은 어머님의 도움을 원하시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여행을 다녔다. 풍기 인삼 도매시장에 들러서 인삼을 사서 근처 식당에 가서 고기와 인삼을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차 뒷좌석에 앉으셔서 자주 실랑이를 하셨다. 아버님과 좀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님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이제 힘에 부치다고.

최근에는 간혹 아버님이 요리를 하신다. 아버님의 요리는 창의적이어서, 된장찌개에 말린 대추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갈비찜인데 가격이 비싼 갈비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사태살이 더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에 늘 마음이 바빴다. 연구팀에서 일했으므로 써야 할 논문이 있었고, 해야 할 강의가 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 아이의 대학 입시를 치렀다. 잠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늘 해도 해도 나의 일과 집안일은 밀리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도 내가 늘 인상을 쓰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어머님께도 그다지 상냥하고 좋은 며느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머님께서는 늘 나를 지지해 주셨다. 어머님께서 나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주셨고, 반찬을 수시로 해다 주셨다. 최근에는 반찬을 해 주시지는 않지만, 늘 마음을 써 주신다.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받기 위해서, 내가 서울에서 몇 개월 머무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 주셨는데, 그때 아이들에게 음식을 너무나 잘해 먹이셔서, 세 아이의 키가 훌쩍 컸었다. 둘째는 당시에 아침에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학교에 가다가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님께 고마운 일을 생각하면 도무지 다 셀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께 아무것도 해 드린 게 없다. 어머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도 눈물이 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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