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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쌤 Oct 14. 2023

관계를 읽는 시간

안녕하세요,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나오미 입니다. 어릴 때 친구들은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라는 말을 하곤 했어요.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자기는 못하게 한다며 자기도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하더라구요.하지만 나오미는 어른이 되는 게 참 싫었습니다. 무언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저는 이제 와서 어른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세파에 흔들리고 관계 속에 지치는 제 모습이 어릴 때 모습 그대로여서요. 몸은 자라면 성인이 되지만 마음은 그냥 절로 자라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몇 개월 전부터 이렇게 인격의 성숙에 대해 고민해 왔는데요. 지난 주  <관계를 읽는 시간>을 발견하고 읽어가면서 그에 대한 몇 가지 굵직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자는 최근 <오티움>이라는 책으로 알려지신 문요한이라는 분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사람으로 되어간다'라고 믿기에 인간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는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 시대 심리학의 과제는 고통의 치유를 넘어 '마음의 수양'과 '삶의 성장'에 있다고 보고, 정신과 임상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성장심리학자로서 글을 쓰고 상담을 운영해오고 계십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꾸지람은 듣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멘토에게서 듣는 충고 같아 싫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시죠? 성숙한 관계를 위해 조정해야 할 '바운더리'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첫째, 자신의 바운더리를 점검하라. 저자는 '경계'라는 말 대신 '바운더리'라는 말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바운더리는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자아와 대상과의 경계이자 통로'를 뜻하는 말로 '보호'와 '교류'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스스로의 바운더리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와 타의 구분만이 아니라 보호와 교류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죠?


바운더리는 자신을 보호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되,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을 만큼 개방적이어야 한다. 세포막처럼 유연해야 한다. (중략) 바운더리가 건강한 사람은 내적 상태를 반영해서 바깥으로 표현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내적 상태와 외적 표현이 크게 어긋난다. 친구가 약속을 잊어버려서 화가 났는데 정작 상대 앞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뭘"하는 것처럼.
<관계를 읽는 시간> by 문요한


바운더리에 이상이 생기면 두 가지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희미한 바운더리'와 '경직된 바운더리'인데요. 자아의 경계가 모호하면 아무나 자신의 삶에 개입하도록 내버려두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타인의 삶에도 지나치게 관여하기 쉬운데 이것을 '희미한 바운더리' 상태라고 합니다. 반대로 바운더리가 경직되어 있다면 교류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게 됩니다. '나'밖에 모르고 자기 생각과 느낌에 매몰되어 있어 타인의 감정이나 견해를 고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죠.


둘째,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일을 하라. 자신의 바운더리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성숙의 단계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다음은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들이 가진 5가지 특징입니다.

1) 관계조절력: 관계의 깊이를 조절하는 능력으로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

2) 상호존중감: 조화롭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서로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

3)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공감에서 더 나아가 상대의 흥미, 욕구, 생각, 재능, 행복, 미래 등 마음 전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헤아리는 것

4) 갈등회복력: 갈등은 가치간과 취향, 대화방식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쌍방의 문제라 여고 작은 싸움을 확대하지 않으며 회복에 중점을 둠.

5) 솔직한 자기표현: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자기 생각, 감정,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음.


셋째, 나답게 살기 위해 바운더리 세우기를 다시 시작하라. 현재 우리 안에 있는 바운더리는 태어나서부터 만나온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주 쉽지는 않겠지만 원한다면 다시 바운더리를 세울 수 있는데요. 관계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다음 두 가지로 관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나의 지금 관계와 과거 관계를 연결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사람에게 끌릴까?' '나는 이 사람과 왜 이렇게 인간관계를 맺을까?' '왜 나는 비슷한 관계를 반복하고 있을까?' (중략) 최초의 관계는 하나의 '원형'이 되어 끊임없이 비슷한 관계를 찍어낸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중략) 두 번째는 부모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중략) 가족관계에서 벗어나 '왜 그 사람은 그렇게 했는가?'라는 3인칭 관점으로 부모를 바라보게 될 때가 온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나처럼 어떤 해결되지 못한 상처를 가지고 어른이 되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
<관계를 읽는 시간> by 문요한


<관계를 읽는 시간>은 제게 '바운더리를 읽는 시간'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발생했던 관계적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보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성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었죠. 저는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바운더리가 희미해진 상태로 지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하게 되어 다른 사람들이 쓸데 없는 관여를 하도록 만들기도 했더라구요. 그러나 또한 때로는 경직된 바운더리 상태로 혼자 만의 세계에 지냈던 시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분과 감정의 기복이 있어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든 저만의 특성이 늘 불만이었는데 책을 통해 원인을 찾은 것 같아 저를 받아들이는 것이 좀 더 쉬워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많이 까다로운 사람이 10~33% 정도가 있으며, 이들은 누가 키워도 까다롭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어릴 때 엄마가 저를 키울 때 되게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된 것이죠. '엄마가 더 잘해줬으면 됐잖아'라는 서운함이 '나도 나 같이 까다로운 아이는 키우기 어려울 수 있겠어'라고 바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있는 모든 관계적 문제가 부모님 때문만은 아니며, 타고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어 제 삶을 수용하는 것이 좀 가벼워진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시작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이라고들 합니다.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님이나 자녀들이 서로에게서 온전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독립'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 끊임없이 엄마, 아빠로 인한 상처를 곱씹으며 영원히 부모님의 그늘에서 징징대기를 원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또는 자녀들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며 그들의 홀로서기를 불안해하고 계신다고요? 그렇다면 <관계를 읽는 시간>을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애착손상 치유 연습'이나 '바운더리를 세우는 자기표현 훈련' 등을 통해 바운더리를 다시 세우는 작업을 해 나가시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실 거예요.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고 바운더리의 상태를 재점검하실 수 있는 좋은 책이랍니다!


지금까지 나오미의 기쁨도서관 나오미였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평안한 시간 보내세요!

나오미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 북 큐레이션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9779


◆ 나오미의 프립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시즌2

https://www.frip.co.kr/products/16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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