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할 때 가끔 바보짓을 한다.
지난 두 달간 사업을 시작한답시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 며칠 전 아침 식사 후 영양제를 먹는데 '어, 뭔가 이상한데...'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걸 무시하고 하던 걸 하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러니까 위의 영양제는 위에 있는 알약을 먼저 꺼내기 위해 은박지를 제거한 후 그걸 손바닥에 내려놓고 입에 넣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그냥 뚜껑을 돌려 따면서 뭔가 이상했던 느낌을 무시한 채 그대로 손에 부어버린 것이다. 손바닥이 노란 물로 가득 차서 알약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쓰르릅 하고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 학.. 보통 때는 두 알을 삼킬 정도로 양이 많은 액상영양제인데 쏟아진 걸 먹으니 양이 얼마 되지 않는 거 같았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서 가족 채팅방에 올렸다. 엄마와 동생이 걱정도 해주고 함께 나의 바보짓에 웃어도 주었다.
어제는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관련해서 교수님을 뵈러 서울에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뭔가 너무 피곤하면서 짜증이 나는 것 같았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커피를 한잔 내렸다. 캡슐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잔을 꺼내기 전에 보통 캡슐을 먼저 꺼내는 편이다. 캡슐 잘 버렸고 다시 캡슐 넣는 까만색 부분을 끼워 넣으려던 찰나! 딱 들어가지 않았는데 손에 힘을 빼버려서 방금 내린 커피 안에 풍덩...
하...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 전화기를 들고 와서 찍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to do list 실행을 정지하고 피곤해서 찡찡거리는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게 좋겠어.
새로운 마음을 위해 커피는 과감히 버렸다. 다시 내린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평소에 하지 않던, 그러나 언젠가는 해야지 미뤄뒀던 '반복작업'을 하기로 했다. 나는 Tick Tick이라는 스케줄러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 수강한 과목들이 모두 기말과제가 있고 매주 작은 과제가 있어서 관리가 필요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을 어디까지 사용할지 몰라서 일단 to do list 만들고 지우는 정도로 사용했다. 그렇지만 이제 사업을 시작하면서 논문도 함께 쓰고 있어서 보관함을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커피를 홀짝홀짝 마셔가며 리스트를 몇 개 더 생성하고 다가오는 스케줄을 먼저 보관함으로 이동시킨 후, 완료된 일정들이 있는 보관함으로 와서 몇 분간 새로 만든 리스트에 넣어주다 보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사람의 몸과 마음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낀다. 가끔은 너무 재미있어서, 또는 어쩔 수 없어서 지나치게 몰입하다 보면 번아웃이 오는 건 시간문제다. 심신이 지치면 누구나 자신의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없고, 때로는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이 뚝딱 발생하기도 한다.
피곤한 바보 상태가 되었다면 오늘의 할 일을 잠시 내려두자. 바보짓한 사진을 지인들과 함께 나누며 웃자. 해야 할 일들이 부담이 되고 있다면 잠시 바보도 할 수 있는 미뤄둔 반복적인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피로할 땐 누구나 어이없는 짓을 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좀 쉬면 나아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