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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가족 간 종교 전쟁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남편과 종교 문제로 요즘 계속 싸우게 됩니다. 저는 불교이고 남편은 기독교입니다.

둘다 종교가 없으면 죽는다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진지하게 생각하는 편인데요.

그러다보니 결혼식 형태에서부터 좀 많은 갈등이 있었어요.

다행히 그때는 서로 양보해서 잘 해결이 되었는데 결혼 후 갈등이 더 심해졌어요.

저희가 맞벌이다보니 주말에는 온전히 가족끼리 있고 싶은데 남편은 교회를 꼭 나가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있고 단 한번도 양보한적이 없어요.

또 명절 때 차례에 거부감이 든다면서 본인은 따로 갈테니 먼저 친정 가있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또 저희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49제를 지내는데 종교적 문제로 본인은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려서 저희 엄마 아빠와도 큰 말다툼이 있었어요.

다른것도 아니고 종교 문제이다 보니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종교 문제는 부부 사이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해결이 어려운 갈등 중 하나입니다. 서로의 신념이나 가치가 얽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취향이나 습관 차이처럼 조율되기 힘든 경우가 많죠. 사연자와 남편 두 분 모두 종교를 ‘목숨 걸 정도’는 아니라고 하시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종교로 인한 선택과 행동이 반복되면서 상처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식에서 양보하며 잘 풀었던 것처럼, 처음엔 이해와 존중으로 출발했지만 결혼 후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문제들—예를 들어 주말 예배 참석, 명절 차례, 49제 같은 장례 문화 등—에서 종교가 실질적인 생활 충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한 쪽만 계속 양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상대는 그걸 ‘신념’이라 여기고 있을지 몰라도, 양보하는 쪽은 서서히 지치고 억울한 마음이 쌓이게 됩니다.


이럴 땐 단순히 “누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차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신앙의 형태와 강도는 다르더라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합의를 먼저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주말 예배에 나가는 건 존중하되, 그로 인해 가족 시간에 반복적으로 공백이 생긴다면 그 부분은 신앙과 별개로 가족 간의 책임 문제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명절 차례나 49제 같은 문화적 행사에 있어서는 종교적 참여보다는 가족에 대한 예의, 연대감의 차원에서 접근해볼 수도 있습니다. 종교적 방식에 대해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참여는 할 수 있도록 ‘형식은 다르지만 마음은 함께 한다’는 선에서의 타협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갈등이 계속 심화된다면, 부부 상담 혹은 종교 갈등을 다루는 가족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3자의 시선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줄 수 있는 사람이 개입하면, 감정싸움이 아닌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쉬워집니다.


가장 중요한 건, 종교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가 누적되지 않도록 적절한 거리를 설정하고 존중의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신념은 다르더라도, 가족은 함께 가야 할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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