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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가구의 집

버려진 가구는 혼자서 운다

가구 단상 no.1

by 단단


저는 학교에서 가구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가구 회사에서 일하며, 가구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지금은 다시 학교로 돌아와 가구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가구와 함께 걸어왔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가구를 특별히 좋아해서 선택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가구' 였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재미도 없었고요. 그래도 어찌어찌 공부를 이어가다 보니, 가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가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천천히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가구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보면 볼수록 마음이 갑니다.

알면 알수록 그 마음이 깊어집니다.


가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가구를 걱정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가구를 걱정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왜 가구를 걱정하는 것일까요?




쓸쓸한 풍경. 버려진 가구는 혼자 운다.




얼마 전, 동네 산책길에서 마주친 가구들입니다. 첫 번째 사진 속 빨간 의자를 보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요. 길 건너에는 예쁜 가게들과 오고 가는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공간 속에 이 의자는 이렇게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덩그러니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이 의자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의자에 감정 이입이 되어 주위를 맴돌 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버려진 가구들을 주워와서 고쳐쓰기도 했는데요, 그것도 한계가 있어 요즘에는 눈 딱 감고 가던 길을 갑니다. (가끔씩, 버려진 개나 고양이를 하나 둘 집으로 데리고 와, 집을 그들에게 내어준 사람들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저는 이렇게 버려진 의자를 보면, 슬픈 마음이 듭니다.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의자로 만들어지기 전에 이 나무는 꽤 오랜 시간을 산에서 살았을 텐데... 의자로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마음이 오고 갔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의 집으로 와, 기꺼이 그들의 무게를 견디며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이 스치기 때문입니다.



© rumanamin, 출처 Unsplash





예전에 가구 회사에서 일할 때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아니 가구를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항상 간직해야 할,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나무는

산에서 백 년,

집에서 백 년을 산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산에서 자랍니다. 나무가 가구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가구가 되어 나의 집에서, 나의 방에서 다시 오랜 시간을 살아 갑니다. 지금 여러분이 앉아있는 그 의자는 여러분과 몇 년을 살았나요? 아끼고 매만지며 돌보고 있나요?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나의 가족과 함께 살아갈지 모를 나의 의자.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 긴 시간에 귀 기울이고,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음에 들어 집으로 들인 가구를, 단지 싫증이 났다는 이유로 집 앞 쓰레기장으로 쫓아버리지 말아 주세요.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고 고쳐보지도 않고 그냥 버리지 말아 주세요. 싫증이 났다면 필요한 사람을 찾아 새 주인에게 보내주고, 고장 난 부분은 고쳐 쓰도록 합시다. 그것이 백 년을 살고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것이 앞으로 나와 함께, 혹은 누군가와 함께 긴 세월을 살아갈 '나의 가구'에 대한 우리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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