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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빈틈
Dec 23. 2024
엄마, 나는 시간부자야!
오른손 깁스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 날.
우리 가족은 강원도 어딘가에 있었다.
일 년에 눈을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곳에 사는 우리가
하필 온 세상이 하얀 이때 강원도에 있었다.
미끄덩, 쾅!
그리고 첫째는 오른 손목에 골절상을 입었다.
얼마 전 3년을 다니던 수영을 그만두고
요가를 새로 배우게 되었다.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차츰 늘어가다 보니
스트레칭이 필요할 듯했다.
방학에는 줄넘기로 체력 보강 예정이었다.
피아노를 배운 지는 이제 꽉 찬 2년.
이번에 첫 대회를 앞두고 곡 연습에 매진 중이었다.
이제 전곡을 다 치게 되어 악보만 외우면 된다고 했다.
전화번호 외우기도 어려운 요즘인데
한 곡을 치기 위한 악보를 외우다니
기특하기만 했다.
미술은 매주 금요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간다.
꼼꼼함이 도를 지나치고 손도 느린 편인데
엄마도 못 기다려주는 그 느린 손을
미술 선생님은 한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기어코 기다려주신다.
그. 런. 데.
그 모든 것을 오른 손목 골절 하나 때문에
다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전치 5주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특히, 겨울방학이라는 중대한 기간에는 말이다.
물리치료를 하고 깁스를 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치료를 받는 동안 혹여 아이가 지루해할까 싶어
책을 몇 권 들고 갔다.
만지기만 해도 아파서 울상인 아이는
책 한 권 쥐어주니 이내 조용해졌다.
마치 "빼~" 하고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쥐어주니
뚝 그치고 핥아먹는 것처럼 말이다.
치료받는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더니
아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엄마, 난 시간부자가 됐어!
원래 피아노 학원 갈 시간인데
이렇게 편히 누워 책을 보고 있다니
아픈 건 별로인데 이렇게 있는 건 좀 좋아."
그래,
내가 어쩌지 못하는 걸 붙들고 속상해해 봤자
무슨 소용이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왼손으로 5주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아이와 상의하는 것뿐.
당장
휴대폰 메모장을 열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검색해
리스트업 했다.
저녁시간,
우리 가족은 팥죽을 한 숟가락씩 나눠먹었다.
주말과 오늘 사이의 일이
동짓날 팥죽을 먹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뒤늦게나마 액땜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첫째와는 특별히 한 가지를 더 다짐했다.
다쳤다고 망연자실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우리는 시간부자가 됐기 때문에.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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