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틈 Nov 02. 2024

낙엽길은 지뢰밭이라서...

낙엽과 식단의 상관관계


바사삭!

와그작!

아삭아삭와삭와삭!


순간 떠오르면 안 될 것이 떠올랐다.

가을 하늘 아래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내 안에 무언가를 깨웠다.




분명 먹었다.

아침사과 빵.

식간에 따뜻한 차도 두 잔을 연달아 마셨다.

이른 점심으로 쌀국수를 해 먹었다.

이상하게 자꾸 허기가 졌다.

아, 쌀밥을 안 먹어 그런가 보다.

도 한 그릇 비웠다.

이것이 하루가 아닌 오전 안에 벌어진 일.

이렇게까지 먹어줬는데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

그게 뭘까 생각하다 아이들 픽업 시간이 다가왔다.


                     

따뜻한 이곳도 가을을 맞았다.

아직 완전한 건 아니지만

선선한 바람에 그나마 남은 구름들도 쓸려가고

그 아래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간다.

벌써 떨어진 낙엽들도 바닥에 가득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

바사삭!(멈칫)

'뭐지?'

와그작!(멈칫)

'입에 침이 고이네?!'

아삭아삭와삭와삭!

'아!'

낙엽소리를 듣고 나서야

먹어도 허전한 느낌이 뭔지 깨달았다.


최근 들어 식단인증을 시작했다.

푸짐한 음식, 번지르르한 옷이 아니라

건강한 식단을 신경써 차리는 일이

나를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한두 개 정도는 괜찮겠지 여겼던 음식

막상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적어보니

그 한두 개도 거슬렸다.

'저건 먹으면 안 되는 건데...'

기록하며 의식하니 소위 말하는 "나쁜 음식"을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과자와 젤리, 끊는게 어려우면 줄이자.

아이들도 갑자기 끊기는 어려우니

나부터 실천하려는 것이다.

하교 후 간식은 웬만하면 자연식으로 바꾸

8시 이후는 양치 후 금식이다.


어렵사리 다짐한 지 일주일 만에

낙엽소리를 듣고 과자 생각이 번뜩였다.

이미 맛을 알아버린 뇌는 이럴 때를 놓치지 않고

침샘을 폭발시키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까 먹은 음식도 잊게 만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눈을 질끈 감고 편의점을 지나쳤다.

다시 부스럭 봉지를 잡뜯으면

바사삭! 와그작! 아삭아삭!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과자 생각은 낙엽을 밟고 지나는 길 위로

풍기는 은행열매가 짓이긴 냄새에 묻기로 했다.


한동안 낙엽 위는 지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는 나에게

지뢰밭과 다름없음으로.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을 준비하는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