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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Dec 05. 2024

엄마랑 데이트 갈까?

딸과 데이트 1 : 처음


남편과 아들이 주말을 맞아 온천을 가기로 했다.

둘이서만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남편에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이

"목욕탕 친구 생겨서 좋겠네?"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뜨끈한 물에 몸 담그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온천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그날은 딱 둘이 부자간 목욕 나들이를 간단다.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아빠 따라 온천 가는 동생을 부러워했다.


"그럼 OO 이는 엄마랑 데이트할까?"




사실 하루 전 우리 부부는 모종의 거래를 했다.


"오빠, 부탁이 있는데..."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내일 아들이랑 둘이 어디 좀 가줄래?

나 우리 딸이랑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해."

"갑자기? 오늘 또 무슨 일 있었어?"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건 것은 아니다.

요사이 어떤 일에든 짜증이 많아진 딸을

사춘기라 치부하기 전에

우선 대화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엄마에게 서운한 것 있어?

요즘 너를 힘들게 하는 건 뭘까?"


몇 가지 질문 리스트를 마음속에 품고

표정도 한 층 밝게 장전.

남편이 막내를 데리고 나간 후

우리도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자기가 입으려 했던 옷을 마음대로 빨았다며

입을 삐죽 내밀었고 눈은 세모가 된 지 오래였다.


'참아야 해... 첫 데이트잖아.

다음에도 이런 시간을 가지려면

처음 이 시간을 긍정적 기억으로 남겨야지...'


그렇게 가슴에 참을 인을 몇 번 세기다

기어코 그 말을 뱉어버렸다.


"엄마랑 나갈 거니?"


뚱한 표정의 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나도 마지못해 손을 잡고 나섰다.



그런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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