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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 Nov 06. 2020

꿈을 이룬 나, 그리고


그날, 이집트 출신 면접관과의 최종면접을 마친 직후부터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오던 그 날.


집에 오자마자 기절하듯 자고 일어나니 새벽 네 시였다. 선선한 바람과 풀벌레 소리도 너무 좋고 베란다에 나가보니 달과 별과 아파트 단지의 초록 나무들, 그리고 캄캄한 가운데 떠오르려는 태양 빛이 아름다웠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지나간 추억들과 함께 신은 내게 놀라운 선물을 계획하에 이루어 주셨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 펼쳐질 시간을 지혜롭게 감당하며 세계 어디를 가든 주님의 미소를 전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순간을 꼭 기억하고 늘 감사하자고. 나는 그렇게 다짐했었다.


현실에 부딪힌 청춘은 내 첫 약속을 지키려 정말 고군분투했다.


한 달 100시간을 넘는 비행 스케줄

만석의 비행기 안에서의 사건 사고

퉁명스럽게 변하던 내 모습

더 친절하지 못했던 나

울컥 화가 나는 나

어느 순간 조금 어색해진 나의 미소

거친 말투


이 모든 것은 피곤하게 얽힌 이것저것의 상황 때문이라고 자신을 위로해보지만, 나는 어느 순간 감사를 잃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북적거리는, 

사적인 공간 하나 없는 만석의 비행기에서 사람에게 지치고 상처 받다가도,

다시 그 똑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치유받는다.


삶에 대한 윤곽은 잡혀가고

나는  마음을 비운다.

포기하는 법을 배운다.

내려놓는 법을 배운다.


이렇게 가는 것이 최선이라면,

기쁘게 따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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