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 행복저금통 만들기
나에게 사진은 일기장 대신이었다. 글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사실 조금 귀찮을 때도 있었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 뒤돌면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릿해지는 순간들이 아쉬워서 그렇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은 나의 의도를 가장 빠르고 선명하게 담아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사진을 마주했을 때, 사진 속의 순간들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소환해 주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지는 못해도, 그 기억의 단편들을 핸드폰 앨범에 남기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노트. 그곳에는 1층 이웃집 할머니와 나눈 대화, 시애틀에서 만났던 택시 기사님이 건넨 따뜻한 말과 웃음이 적혀있었다. 자주 가는 마트 사장님이 서비스로 넣어주신 어묵, 여름이 끝나고 처음으로 느꼈던 가을 햇볕의 뜨거움과 밤바람의 차가움. 잠결에도 내 이름을 부르며 안아주던 사랑스러운 남편의 모습도. 그 모든 찰나의 순간들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는 기록하지 못했던 것인데, 글은 그 소중한 기억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행복 저금통'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순간 속에서 행복을 찾고 기록하는 것. 행복을 저금한다는 발상이 참 귀여웠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나에게 이런 아이디어는 새로운 설렘이다. 나중에 열어볼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거리니 말이다.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기록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