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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희 May 24. 2024

올해는 수요일에 치마를 입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수요일

5월의 어느 수요일, 울산의 상북중을 찾아갔다.

강의 때문에 여러 번 방문했던 상북중을

강의도 없는 수요일에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는 ㅎㅎ)

자발적으로 찾아간 이유는 바로 상북중의 교장선생님을 뵙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수요일에 치마를 입습니다

학기초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교장선생님의 말씀

정말? 교장선생님이 치마를 입으신다고?

정말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전에 연락도 드리지 않고 갔다는)

그런데 왜, 교장선생님은 치마를 입으시는 걸까?

교장선생님께 이유를 여쭈어보았다.


"젠더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싶은 겁니다.

학생들에게 인간평등을 기본부터 알려주고 싶은데,

말이나 글이 아닌 몸으로 가르치고 싶답니다.

남자가 치마 입은 모습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에게

왜 불편한지를 알게끔 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치마를 입어요"


작년에는 화요일마다, 올해는 수요일마다

교장선생님은 매년 꾸준히 이 시도를 하고 계신다.



이런 교장선생님의 노력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서 반응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도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의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교장선생님께 이 시도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상황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불편해서 싫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된다.

왜 불편한가, 불편함의 이유를 고민하기보다는

감정의 호불호에 따르는 것이 훨씬 쉽다.

하지만, 한번쯤은 나는 왜 이 상황이 불편한지

생각해 볼 만하지 않는가?

그 생각의 끝에서 찾아낸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정말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일인지

아니면 시선을 조금 바꾸어 볼 수 있는 일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원인에 대한 고민과 탐구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 되고

혁신의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직접 본 교장선생님의 치마는

예상보다 훨씬 더 멋스러웠다.

그 멋스러움이

아이들이 세상을 더 따뜻하고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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