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문 외전'을 보며 잠긴 생각.

2020년 12월 18일

by 김성훈

2020년 12월 18일,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전이란 건 나도 잘 안다. 다만 이날 떠오른 인생에 관한 찰나의 생각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맴돌기에 늦었지만 이 이야기를 쓴다. 지금 보면 별거 아니겠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00명이 넘었다고 막 시끄러웠던 시기였다. 내가 일하던 공사 현장 역시 확진자가 나온 탓에 꼼짝없이 하루를 쉬어야 했다. 숙소로 돌아와 즐길거리라곤 오로지 TV뿐, 나는 모처럼만에 영화채널을 보는 것으로 돈을 못 번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이날 본 영화는 중국/홍콩 합작 액션 영화인 [엽문 외전]. 유명 무협 시리즈, '엽문'의 2018년 개봉작이다. [장진], [양자경], 그리고 '어벤저스 엔드게임'에도 출현한 유명 프로레슬러 출신 [데이브 바티스타] 등이 주연으로 활약하며, 옹박의 [토니 쟈]도 이 영화에 등장한다. 유명 액션 배우들이 대거 출현하는 만큼 이 영화의 액션성은 한 마디로 "엄지 척"이었다. 하지만 오늘 할 이야기는 영화 감상문같은 것이 아니기에, 그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이 먹기엔 스테이크가 조금 작은데..."


사실 오늘 이야기는 한 영화 속 장면으로부터 떠오른 영감을 주제로 하는 일종의 '철학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장면은 작중 악당인 스테이크집 사장(데이브 바티스타 분)에게 마약 밀매상 두 명이 찾아와 사업 제안을 하는 장면이었다. 대화가 한창일 때 스테이크집 사장은 느닷없이 스테이크 한 접시를 만들어 두 사람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걸 사업에 빗대며 "두 사람이 먹기엔 스테이크가 조금 작은데..."라는 말을 했다. 스테이크 접시 옆에 총을 살포시 놓으면서 말이다.


이에 두 사람이 보인 반응이 각각 달랐는데, 이 두 반응이 내 머릿속에 깊게 박혔다. 한 사람은 "스테이크가 이렇게나 큰데 둘이 나눠먹으면 족하지 않나"라 말한 반면, 다른 한 명은 고민 없이 총을 잡고 그 동료를 쏴 죽였다. 사업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악당의 잔혹함을 부각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에 불과했겠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께 걸어온 동료마저 살해하는 이 비정함, 내가 이 장면에 감명받은 진짜 이유였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은 한정되어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세상 모든 것들은 저 영화 속 스테이크 한 접시와 같아 보인다. 누군가는 모자란 대로 같이 나눠먹자 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남을 배척하며 혼자서 독차지할 생각을 할 것이다. 이내 그 욕심이 불화와 갈등을 일으키며, 더 나아가 [범죄]라는 파국을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영화 속 캐릭터가 총을 집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악당으로 여길 것이다. 누구나 정의를 바라고, 영웅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배우자' 등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에 비해 인간이 가진 욕심은 너무나도 커 보인다. 무언가를 독차지하려 들 때, 이성을 두고 경쟁할 때, 권력의 정점에 서려할 때 등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암울한 시대 속에서의 영웅 또는 '히어로'


우리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영웅] 또는 [히어로]란 사람은 [양보]와 [배려]를 할 것이다. 영웅은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영웅에게는 항상 따라붙는 것이 있다. 바로 악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힘]이다. 힘은 영웅으로부터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준다. 대게 만화나 영화 속에서 그러한 힘은 이 영화의 주인공 '장천지'처럼 악당을 무찌르는 무력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실세계에서의 힘이라고 하면 자본주의의 상징인 [재력]과 그로부터 딸려오는 [권력]을 들 수 있다. 허나 오늘날 그것들을 얻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실업률'과 '집값' 등이다. 이렇듯 암울한 시대 속에서 어쩌면 영웅이란 존재는 우리에게 사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대부분이 영웅의 전제조건인 힘을 가지지 못한 채 오늘도 힘겹게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만약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다시 말하지만, 영웅에게는 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란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충분치 않은 우리에게 만약 영화 속 장면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악에 맞서는 히어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총을 겨누는 악당이 될 것인가?? 괜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이다.






<2021.10.05 화>

-영화 '엽문 외전'을 바라보며 잠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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