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포근한 내 생일날의 눈꽃처럼...
눈이 내린 2020년 12월 13일
이 글이 내 브런치의 첫 시작 글이 되었다. 나는 그토록 꿈꿔왔던 '자동차 기자'를 수습기간 까지만 하고 퇴사한 사람이다. 지금은 건설현장에서 조공으로 일하고 있다. 오랜 백수생활 끝에 따라온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12월 13일, 오늘은 하얀 눈이 내려왔다. 집을 나설 때는 가루처럼 떨어지더니, 이내 함박눈이 되어 머리 위를 흩날렸다. 그리고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생일날에 내린 눈이라니, 괜스레 낭만적인 기분이 든다.
잠깐이지만 눈은 꽤 많이 내려왔다. 안타깝게도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었다. 거리와 함께 나는 새하얀 눈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내 몸에 내려앉음과 동시에 야속하게 녹아내리는 눈꽃 때문에 온 몸은 축축이 젖어들었다.
그런데 난 이런 눈꽃이 싫지 않았다. 새하얗고 아름다운 눈송이가 내 마음을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눈이 맞닿은 살갗은 적당히 달아올랐고,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감돌았다. 차갑게 식은 내 마음에도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올 한 해는 이상하리만치 좋지 않은 일로 가득했다. 1년 사귄 여자 친구와의 이별(사실 이건 내가 선택한 일), 꿈이었던 내 직장 생활의 조기 종료, 새로운 사랑의 실패, 반년이라는 오랜 백수 생활, 그리고 강제로 정리당한 내 짝사랑과의 관계 등 이 모든 것이 올해에 일어난 일이다. 꿈의 좌절로 난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방황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사랑의 실패는 날 주늑들게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하늘에서 눈송이가 내려왔다. 새 하얀 눈꽃은 내 몸에 스며들어 내 마음을 촉촉이 어루만졌다. 그리고 눈이 그치고 햇살이 드리웠다. 축축하게 젖은 땅이 햇빛에 마르며 생기가 불어나듯, 지금의 나에게도 햇살이 비칠 것이란 희망이 찾아왔다.
나는 다가올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어제까지만 해도 머릿속에서 되뇌던 '포기'라는 단어를 거두었다. 대신 한 층 더 발돋움하기 위한 고민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나를 짓누르던 것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뼈에 사무치는 듯한 외로움.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상실했고, 그때마다 당장의 위로만 찾아대며 시간을 버려가던 나였다.
이런 나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소통을 하기로 했다. 그 소통의 창구는 바로 '브런치'. 항상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표현하기를 주저한 나였지만, 이제부터는 그간 억눌러온 내 감정을 글을 통해 세상에 드러낼 것이다. 포근하게 스며드는 새하얀 눈꽃처럼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