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상황 속 공연예술
펜데믹이 지속하면서 공연예술계는 집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공연 즉, 온라인 극장 상연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접근성이 편리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영상화사업인 ‘아르코 온라인극장’에서는 매달 다양한 공연을 집에서 관람할 수 있다. 최근 아르코 온라인극장에서 오버 더 떼창 : 문전 본풀이 공연 중계가 진행되어 판소리 공연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관람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판소리 공연을 보는 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억 나는 판소리는 초등학생 때 민속촌에서 이벤트로 열리는 공연을 본 것이 전부다. 따로 공연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아크로 온라인 극장에서 상영되는 많은 공연 중 오버 더 떼창: 문전본풀이를 선택한 이유이다.
판소리는 관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노래(창), 말(아니리), 몸짓(발림)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해주는 전통 공연예술이다. 근 몇 년간 판소리는 대중문화를 협업하여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공연도 그 일환 중 하나로 판소리 합창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6명의 소리꾼이 함께 목소리를 맞춰 판소리를 들려주고,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표정 연기와 몸짓이 기존의 판소리 공연과는 확실히 달랐다.
문전 본풀이 신화는 제주도 가택신 이야기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책만 읽고 생계 능력이 전혀 없는 남 선비는 어느 날 '노일저대' 의 꼬임에 빠져 곡식을 사들이고, 돈을 벌겠다며 일곱 아들이 만들어 준 배를 타고 신비의 섬 오동국으로 떠난다. 한편 홀로 남겨진 여산부인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막내 녹디생이의 지혜로 생계를 이어나간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구하러 오동국으로 가는 이야기다.
처음 소리꾼이 등장하여 문전 본풀이를 부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문전 본풀이를 선택한 이유는 요즘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자연스레 늘어나면서 우연히 집에서 발견한 부적을 보고 집 안에 산다는 귀신, 즉 가택신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그들을 함께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 말한다.
‘본을 풀어봅세다’로 시작하는 판소리 합창은 낯선 제주 신화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었다. 원작 신화에서는 여산부인의 역할은 순종적이고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가꾸며 살아가는 여성으로 바꾸어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문전 본풀이는 문전신에 관한 본풀이, 즉 신화라 할 수 있다. 이 신화의 특징은 가족 구성원 중 하나하나가 집안의 어떤 특정한 공간을 하나씩 차지하는 신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말은 일곱 아들과 여산부인, 남 선비는 각각 집안의 가택신이 되어 집을 지키게 되었다.
극은 소리꾼 한 명이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고 남 선비와 여산부인 역을 번갈아 하며 나머지 5명의 소리꾼은 일곱 아들과 코러스를 담당한다. 그 이유는 판소리의 매력은 한 명의 소리꾼이 여러 인물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있는데 그로 인해 소리꾼마다 특정 역할을 부여하여 극을 진행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기존의 판소리공연 형태를 유지하면서 1명의 소리꾼과 고수가 무대를 했던 형식에서 벗어나 여러 명의 소리꾼이 함께 극을 만들어갔다. 오버 더 떼창을 보면서 판소리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다만 온라인 공연이다 보니 소리의 울림을 몸으로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온라인으로 보는 것이지만 판소리가 주는 소리의 울림이 강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음에는 꼭 공연장에 가서 판소리 공연을 즐기고 싶다.
온라인 극장의 장점은 다양한 공연을 편안히 집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못 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점, 마지막으로 쉽게 도전해보지 못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소리 공연을 즐기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오버 더 떼창 : 문전 본풀이를 통해 판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공연인지 알게 되었다.
2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의 삶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펜데믹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문화예술을 조심히 그리고 최대한 즐기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환호보단 박수로, 집안에서 보는 다양한 공연들로 채워지고 있다.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문화예술은 멈추지 않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즐겁게 해줄 것이다.